[강원]동서남북/주민 불참한 ‘님비 시설’ 준공식

  • 입력 2009년 9월 29일 06시 42분


28일 오전 11시 강원 횡성군 우천면 양적리에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준공식이 열렸다. 그러나 이날 준공식은 지역 주민들이 불참한 반쪽행사였다. 주민들이 다른 지역에서 기피하는 혐오시설을 유치해 놓고 정작 기쁨을 함께 누려야 할 준공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무얼까? 주민들은 횡성군과 동횡성농협이 당초 약속했던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이 시설은 예정 터가 다섯 차례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동횡성농협이 2007년 사업을 시작하며 우천면 하궁리, 하대리, 용둔리, 두곡리 등을 터로 선정했으나 번번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주민들은 가축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할 것을 가장 우려했다.

그러던 중 양적리 주민들이 유치 의사를 보였다. 단 악취가 전혀 발생하지 않도록 최첨단 시설로 짓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주민들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도 마련됐다. 결국 지난해 2월 양적리로 터가 확정됐고 이후 횡성군은 양적리에 상수도를 설치하고 도로 진입로를 확장해 포장했다. 또 농협은 마을발전기금을 조성하고 군은 시설 주변에 조경사업을 펼치는 것을 비롯해 친환경 농업과 복지시설 설치에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일부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악취가 심해 시설 주변의 17가구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 이종봉 양적리 이장은 “올해 초 시험가동 이후 자주 악취가 발생해 여러 차례 이의 제기를 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약속했던 조경화 사업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횡성군 관계자는 “악취는 시설 자체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밖에 쌓아놓은 퇴비에서 나는 것”이라며 “퇴비 창고가 만들어지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조경화 사업도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며 “올가을과 내년 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곳에서는 하루 129t의 가축분뇨를 처리하는 데다 이를 이용해 퇴비와 액비를 생산한다. 필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주민들도 동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완벽하게 일을 추진했어야 했다. 님비 시설 준공이라는 뜻 깊은 행사가 반쪽으로 전락해 아쉽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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