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타고 어떻게 건너나 룰을 정하라”

  • 입력 2009년 9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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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조언

다른 교통수단 연계도 중요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 자전거도로가 성공적으로 정착됐다고 해도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한국의 도로교통 특성에 맞게 자전거도로를 운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이성렬 박사는 “한국의 경우 도심 인구밀도가 높고 출퇴근 시간 교통량이 많아 도로에서 자전거와 자동차, 보행자 간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획일적으로 자동차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은 오히려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높이고 도로 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통수단이나 지·간선 도로 간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국가자전거교통연구센터장은 “자전거 선진도시인 독일 민스터 시나 에를랑겐 시는 인구가 10만도 되지 않는 작은 도시”라며 “이런 도시에서는 자전거로 도시 전체를 다니는 게 가능하지만 서울 부산 등 한국의 대도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서울 강남권, 강동권 등 생활권역 안에서는 자전거로 이동하고 다른 지역을 갈 때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환승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정철 씨(49)는 “아직까지 자전거 이용자가 선진국만큼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자전거도로 길이만 늘리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 씨는 “자전거를 이용하다 보면 도로보다도, 자전거를 인도에서 타도 되는지,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 애매한 점이 더 문제”라며 “자전거 타기에 대한 공통 규칙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효승 청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선진국의 도로 다이어트 방식을 무작정 옮겨오는 것은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자전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도 필요하고 한국 실정에 맞는 자전거도로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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