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파문속 ‘스타 병사’ 4인의 軍생활
《29일 오전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 ‘젊은 그대’ ‘무조건’ 등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무리의 맨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1일 열리는 ‘건군 61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 예행연습 중인 배우 조인성 일병(공군) 천정명 병장(육군), 가수 이정 일병(본명 이정희·해병대), 개그맨 고장환 상병(해군)이었다. 이들은 예행연습을 마친 뒤 자리를 옮겨 동아일보와 1시간가량 좌담 형식의 인터뷰를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어깨 탈구수술 병역비리부터 병영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놓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특히 4명의 연예인 출신 병사들은 연예인의 군 입대에 대해 한목소리로 “군대 2년은 연예인에게도 충분히 할 만하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병역비리 문제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인의 병역비리가 훨씬 더 많은데도 연예인의 병역비리에 언론이 집중 보도하는 경향에 대해 서운하다는 생각은 없나.
▽조인성 일병=(연예인은)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고, 국방의 의무는 반드시 지켜야 하고, 또 (병역비리는) 범법행위이기 때문에 (언론이 집중 보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한다. 특히 국민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연예인으로서 (병역비리에 연루됐을 경우) 실망감이 더 큰 것 같다. (군에 입대한) 저희는 그런 사랑에 보답하고자 (군에서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천정명 병장=(병역의 의무는) 대한민국 남자의 의무가 아니냐. 건강하다면 당연히 군에 입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 입대에 앞서 각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병역비리의 유혹은 없었나.
▽조 일병=그런 유혹은 없었다. 군에 오기 전에 각자 맡은 바가 있었고 책임을 져야 하는 일도 있어 군 입대 시기가 늦춰졌다. 연예활동을 하다 보니 마무리하는 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도 해야 하고, 계약관계도 있고…. 그런 것들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군 입대 시기가 늦춰진 것이다. 좋은 활동을 보여드리기 위해 (군 입대) 타이밍을 잡는 데 고민을 했을 뿐 군 입대를 회피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군 입대가 연예활동에 큰 지장을 준다고 생각하나.
▽조 일병=저는 공군이라 복무기간이 25개월이다. (군 생활은) 충분히 할 만하다고 생각해 왔다. 보통 한 작품을 결정하는 데 2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부담스럽지 않았다. 제가 배우로서 11년 동안 쌓아왔던 공든 탑이 군대 2년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배우들은 그 정도 시간을 갖고 작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천 병장=같은 생각이다. 2년이란 시간은 자기가 하기에 달려 있다. 2년이란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으면 된다. 불안해서 불순한 생각을 갖고 그런 행동(병역비리)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남자답지 못한 것 같다. 자신감이 중요하다.
▽조 일병=요즘 군은 사회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자신의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군이 배려해 주기 때문에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군에 입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이정 일병=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군에서도 충분히 음악을 할 수 있었다. 군악대나 해군홍보단 등에서 음악을 계속할 수 있었지만 제가 전투병과를 선택한 것은 음악을 만들 때 새로운 경험이 창작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군 복무 2년 동안 음악 연습을 하면 실력은 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제 안에서 무엇인가가 나올 것이라 확신했다. 2년 남짓한 군 복무기간이 도움이 되면 됐지 절대로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의 군 입대와 관련해 정책적으로 배려해 줬으면 하는 것이 있나.
▽조 일병=대한민국 남자라면 군 입대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군에 와보면 할 만하다. 저희도 잘 지내고 있지 않으냐. 정책을 바꿔 달라고 하기보다는 (입대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병영생활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고장환 상병=해군홍보단으로 자대 배치를 받은 뒤 섬 행사를 많이 다녔는데 뱃멀미 때문에 힘들었다. 해군이라고 다 배를 잘 타는 것은 아니다.(웃음) 저는 수영도 잘 못한다. 얼차려도 많이 받았다.
▽조 일병=사회에서 자기 위주의 활동과 생활을 하던 사람이 군에 와서 단체 조직생활을 하려니까 처음에는 어색했다. 인사 방법 등 모든 예절이 (사회와는) 다 달랐다. 연예인에서 군인으로 신분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것 같다.
▽이 일병=저는 해병인데 훈련소 훈련이 힘들었다. 훈련 자체도 힘들었지만 연예인에서 군인으로 신분이 바뀌는 것에 대한 혼란이 왔었다. 그런 점도 힘들었다.
▽천 병장=자대 배치를 받은 직후 심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선임들과 동료들이 도와줘 잘 버텨낸 것 같다.
―사회에서 얻은 인기가 군에서 도움이 되나.
▽조 일병=(군에서도) 관심을 좀 더 가져주시는 것 같다. 관심이 살짝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감사하다. 하지만 책임감도 든다. 그런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제 스스로 더 긴장을 하고 있다.
▽천 병장=저는 신병교육대에 있는데 규정이 엄격하다. 특별하게 저를 챙겨주시거나 제 스스로 특권의식을 갖고 행동한 적 없다. 그렇게 대해준 것이 오히려 더 편했던 것 같다.
―군 입대 후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은….
▽이 일병=훈련소에서 동기들과 누워 먹고 싶은 음식을 노트 3장에 적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라면이 제일 먹고 싶었다.
▽조 일병=올 4월 6일에 입대했는데 날씨가 더워지는 때였다. 그래서 염분을 보충하는 차원에서 훈련소 밥이 다소 짜게 나왔는데 그러다 보니 기름지고 단 음식들이 먹고 싶었다. 종참(종교행사 참석)에 가면 초코파이와 탄산음료를 먹을 수 있다. 유명하다는 이유로 몰래 (초코파이) 2개를 챙겨주신 적도 있다. 특별대우 받은 것은 아니다. 팬이라면서 한 개를 더 주신 것이다. 생활관에 초코파이를 몰래 넣어 주신 분도 있다. 감사하다는 말씀드린다. 저는 삼겹살과 소주가 가장 먹고 싶었다. 사회에서는 매일 소주를 마셨는데….
▽고 상병=군것질을 좋아해 껌 사탕 캐러멜 이런 것들이 정말 먹고 싶었다. 어머니께서 편지봉투에 몰래 껌을 보내주셨다. 소대장께 간절히 비니까 몰래 먹으라고 허락해 줬다.(웃음)
▽천 병장=군에서는 밥만 먹다 보니 달고 기름진 것이 먹고 싶었다. 아이스크림을 평소 좋아했는데 아이스크림이 많이 먹고 싶었다.
―휴가 나가면 꼭 하고 싶은 일은….
▽이 일병=군에서는 아예 음악과 단절돼 있기 때문에 휴가를 나가면 곡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
▽조 일병=지인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 외에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고 상병=여자 친구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꼭 면회 오도록 하고 싶다.
▽천 병장=휴가 나갈 때 꼭 지키는 것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활동할 때는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님과 여행도 못 갔는데 이제는 여행도 같이 간다. 가족과 친구를 만나는 게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
―한 명이 대표로 국민에게 인사해 달라.
▽조 일병=모두 군 생활을 잘하고 있다. 남은 복무 기간 군인으로서 좋은 활동을 하겠다. 국군의 날에 여러분에게 인사드리겠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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