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이 사건’의 판결문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는 범인 조모 씨(57)와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신상정보나 재판부를 향한 인신공격이 무차별적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 등에는 범인 조 씨의 직업과 주소, 사진 등이 ‘퍼 나르기’를 통해 무한 복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누리꾼은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특정 아파트를 조 씨의 주거지로 적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블로그에 정장 차림을 한 중년 남성의 정면 사진을 띄워 놓고 “(범인은) 전과 17범에 성범죄만 5건을 저지른 나쁜 놈”이라며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려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 이전에 조 씨가 저지른 범죄 경력은 성범죄 1건에 폭력 전과 등 14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 씨가 교회 목사라는 출처 미상의 소문도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 소문은 나영이 사건의 범행 현장이 교회가 있는 건물의 화장실이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일부 누리꾼이 조 씨를 목사로 추정한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확인 결과 조 씨는 무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터넷에는 이미 “목사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며 조 씨를 목사로 확신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 밖에 스스로를 조 씨가 수감된 교도소에 근무하는 교도관이라거나 교도소 수감 동기라고 자청하는 사람이 올린 글이라며 “(조 씨가) 징역을 풀려고 여기저기 고소고발을 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한다”는 등의 출처가 불명확한 내용의 글도 떠돌고 있다.
재판부와 피의자의 변호인을 향해 무차별적인 분노를 표출하는 누리꾼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부터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1, 2, 3심의 주심 판사의 실명이 공개된 것은 물론 “자기 딸이 아니라고 어떻게 그런 판결을 내릴 수 있냐”는 내용의 인신공격성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변호사가 전직 판검사라 전관예우 덕을 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을 하기보다는 제2, 제3의 아동 성폭행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 현택수 교수(사회학)는 “국민이 이번 사건에서 받은 정신적 충격이 워낙 크다 보니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고 루머의 파급력도 컸다”며 “활발한 토론으로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극적 정보에 집착하기보다 아동 보호를 위한 건설적 대안을 찾는 토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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