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실개천에 은어떼가 나타났다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충북 옥천 금구천 등에 ‘은빛물결’… 회귀습성 잃고 정착한 듯

특유의 수박 향에 맛이 담백해 ‘민물고기의 귀족’으로 불리는 은어(銀魚). 9, 10월 부화한 뒤 바다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다시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오는 회귀성 어종으로 최고 25∼30cm까지 자란다. 섬진강과 낙동강, 남대천 등 동해와 남해에 맞닿은 강과 하천에 주로 서식하는 은어가 요즘 내륙 한복판인 충북 옥천의 실개천에 떼 지어 나타나고 있다.

옥천군에 따르면 요즘 옥천읍내를 가로지르는 금구천과 옥천천 등에 20cm 크기의 은어가 떼 지어 몰려다니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금강 수계인 인근 청성면 일대에서도 대량으로 발견되고 있다.

옥천지역은 내륙으로 은어의 서식환경과 별 상관이 없는 곳이지만 이곳이 은어 서식지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은어가 회귀습성을 잃고 육지에 정착(육봉화·陸封化)했기 때문이다.

은어의 습성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당시 충북도내수면연구소가 옥천군 청성면 대청호에 은어 수정란 300만 개를 풀어 넣었다. 이 가운데 일부가 살아남아 금강 유역에 정착했다. 수정란에서 부화된 치어는 12월 초 대청호에서 겨울을 보낸 뒤 이듬해 봄 금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은어가 2004년부터 대청호와 금강 유역에서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다 이듬해부터 마릿수가 급격히 늘었다. 이제는 옥천읍내 실개천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옥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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