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0% ‘殺人 고리채’… 영세상인 자살-정신병치료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사채폭력배 9명 구속

연이율이 최대 1720%에 이르는 살인적인 금리로 영세상인들을 괴롭힌 사채폭력배들이 붙잡혔다. 이들의 협박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정신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은 피해자도 있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5일 부산과 경남 양산지역 영세상인들을 상대로 돈을 빌려준 뒤 연 200∼1720%의 이자를 적용해 14억 원을 챙긴 혐의(대부업법 위반 등)로 사채폭력배 ‘김사장파’ 두목 김모 씨(40) 등 9명을 구속하고 행동대원 34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장사를 방해하거나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로 영세상인인 피해자 32명은 잦은 횡포에 시달린 나머지 얼마나 돈을 갚았고 잔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올 4월 1일 경남 양산시 모 횟집 앞 1t 트럭 안에서 횟집 주인 황모 씨(37)가 연탄불을 피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병 비관 자살로 추정됐지만 유족들이 사채폭력배들에게 당한 사실을 경찰에 털어놓으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이들에게 급전을 빌린 황 씨는 연이율 600%에 해당하는 이자를 냈지만 이자와 원금이 3000만 원까지 불었다. 폭력배들은 가게에 들어와 후배 폭력배들에게 속칭 ‘줄빠따’를 내리치며 “안 갚으면 이렇게 된다”고 협박했다. 목숨을 끊던 날 새벽에도 협박 문자메시지에 시달렸다. 괴로워하던 그는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만 남겼다.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던 이모 씨(40·여)도 이들에게서 1억6000만 원을 빌린 뒤 원금보다 많은 3억여 원을 갚았다. 하지만 이자 등을 메우지 못해 연이율 1600%로 하루 120만 원씩 72일간 이자를 냈다. 이 씨는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음식점은 문을 닫았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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