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주택가. 경찰은 부근을 배회하던 이모 씨(37)를 우연히 검문했다. 조사해보니 이 씨에게서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이 씨는 “우연히 주운 물건”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역시 단순 좀도둑이라고 생각해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경찰서로 인계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씨가 타고 온 자동차에 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조사하던 중 8년 전 살해된 한 여성의 주민등록증을 찍은 사진파일이 발견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여성이 혼자 사는 집에 침입해 살해한 뒤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 등으로 이 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2001년 9월 4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한 주택에 잠입해 잠들어 있던 정모 씨(31·여)를 추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씨는 14년 전인 1995년 10월 18일 광진구 중곡동 아차산 긴고랑 약수터에서 ‘왜 약수로 세수를 하느냐’며 자신을 나무라던 김모 씨(58·여)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체를 내다버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씨는 처음에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조사가 계속되자 “살인에 대해 항상 머릿속에 부담이 있었는데 속 시원히 말하겠다”며 정 씨 살인과 함께 1995년 약수터에서 있었던 김 씨 살인행각도 털어놨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변태성욕을 가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경찰 관계자는 “이 씨 집에서 포르노 동영상 CD 1000여 장과 훔친 여자 속옷, 흉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씨의 부인이 “너무 착하고 자상한 사람”이라고 경찰에 진술할 정도로 주변사람들은 이 씨의 행각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컴퓨터, 신분증, 흉기 등의 압수품을 분석해 이 씨가 살해한 여성이 더 있는지 등 여죄를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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