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30년차 주부 오애란 씨(가명·55)는 요즘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는 날이 늘었다. 애지중지 길러온 큰아들이 장가를 가고 연이어 둘째 아들이 군에 입대하자 오 씨에겐 모든 것이 허무해졌다. 공무원인 남편의 빠듯한 월급을 모아 산 자랑스러운 집도 별 의미가 없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허무해요. 요즘은 방에서 나오기도 싫어요.”
○ 시민 17.5%가 자살 생각해
서울 시민 10명 중 2명가량이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와 함께 서울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65세 미만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8월 전화 면접조사를 한 결과 175명(17.5%)이 이같이 답했다고 5일 밝혔다.
자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와 우울증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체의 36.6%가 학업이나 대인 관계, 경제적 문제 등으로 가정과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다고 답했다. 우울증 성향은 10명 중 2명 이상에게서 나타났다.
○ 전문적인 병원 상담은 여전히 꺼려
응답자의 90% 이상이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주변에서 상담이나 도움을 받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중 68.9%는 주변으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 우울증 성향자 중 주변 상담이나 도움을 받아 본 사람도 전체의 31.5%에 불과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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