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졸지에 ‘고아’ 신세가 된 야생 고라니 14마리가 서울동물원에서 뽑는 ‘이달의 동물’로 7일 선정됐다. 이들 고라니는 6월 초부터 네 차례 강원도와 경기도 등 야산에서 어미 없이 방황하던 중 등산객과 시민의 눈에 띄어 구조됐다. 생후 일주일이 갓 지난 핏덩이들이 숲 속을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을 불쌍히 여긴 사람들이 서울동물원에 직접 데려오거나 신고했던 것.
하지만 고라니는 본래 숲 속에 새끼를 낳은 후 먹이를 찾기 위해 이동했다가 젖을 먹일 때만 새끼들에게 되돌아오는 습성이 있다. 결국 사람들의 관심이 이들을 어미와 떨어뜨려 놓은 셈이다. 김권식 서울동물원 사육사는 “야생에서 발견한 새끼 동물들이 어미를 잃었다고 오인해 다른 장소로 데려가면 다시 어미에게로 돌려보내기엔 시기적으로 늦다”며 “등산객이나 시민은 야생에서 동물들을 발견해도 절대 데려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엄마는 잃었지만 새끼 고라니들은 동물원에서 건강하고 밝게 자라고 있다. 어미로부터 버림받거나 모유가 부족해 들어 온 사자와 코요테, 원숭이 등 다른 동물 27마리와 함께 인공포육장에서 살고 있다. 사육사들은 한꺼번에 14마리가 들어오면 다른 동물들이 시비를 걸어오거나 고라니들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지만 기우였다. 처음 구조됐을 당시 0.7∼1kg이었던 작은 고라니들은 5개월 정도가 지난 요즘 3∼4kg로 건강하고 예쁜 몸매를 뽐낸다. 동물원은 이들을 체계적인 야생적응 과정을 거친 뒤 야생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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