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들 돌보느라 집에만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절로 힘이 나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인터넷 쇼핑몰 사무실을 낸 주부 정문주 씨(35)는 8일 흥에 겨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올 8월 문을 연 쇼핑몰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 전북 익산에 사는 언니가 만든 쌀과자를 정 씨가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아 배송한다. 재료는 친환경 유기농 쌀만 쓴다. 정 씨는 “주부들이 안전하다며 일본 과자를 먹이는 것을 보고 구상한 사업”이라며 “아토피가 심한 큰애가 언니가 만든 쌀과자를 먹고, 아토피 증상이 없어졌거든요. 다른 아이들도 먹으면 좋겠다 싶었죠”라고 웃었다.
○ ‘맘프러너’가 된 주부들
정 씨는 ‘맘프러너’라 불린다. 맘프러너는 엄마(Mom)와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로 경쟁력을 갖춘 주부 사업가를 뜻한다. 정 씨도 물론 “쌍둥이를 키우며 창업을 준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광고회사를 다니던 정 씨는 2004년 쌍둥이를 낳고 일을 그만뒀다. “애들이 유치원에 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유치원에 있는 동안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올해 드디어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갔다. 유치원 수업은 오후 4시까지라 낮에는 한결 여유가 있었다. 정 씨는 직장을 구해봤다. 오후 4시 전에 퇴근하는 직장은 거의 없었다. 눈을 돌려 문을 두드린 곳은 바로 ‘맘프러너 창업스쿨’. 서울시와 서울산업통상진흥업원이 만든 주부 창업 학교다. 정 씨는 올 3월부터 수업을 듣고, 특강을 찾아다녔다. 서울시가 연결해준 창업 전문가를 만나 컨설팅을 받고 쇼핑몰을 만들었다. 정 씨는 “검색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쇼핑몰을 노출시키는 법 등 쇼핑몰 운영 기법을 다양하게 배워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돈이 없었다. 정 씨는 익산 농업기술센터에서 주부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 씨는 익산에 살고 있는 언니와 함께 익산 농업기술센터와 제휴를 맺었다. 센터 측은 공장임대료와 기계 설치비 2000만 원을 부담보로 빌려 줬다. 서울시도 5000만 원을 지원했다. 공장과 사무실까지 갖춘 정 씨는 어엿한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정 씨는 “창업 두 달 만에 월 매출 400만 원을 거두고 있는데 꽤 짭짤한 편”이라며 “익산의 유기농 쌀로 만들기 때문에 아이를 둔 부모들의 관심이 높다”고 귀띔했다. 정 씨는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도 진출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 “두드려야 열린다”
박대우 서울시 일자리정책담당관은 “지난달까지 총 203명이 맘프러너 창업스쿨로 창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육아,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주부들을 위해 강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창업 전문가 컨설팅은 오프라인 특강으로 받을 수 있다. 수강료는 무료. 공통과목을 이수한 뒤 외식업, 유통업, 인터넷 등 분야별로 수강하면 된다. 교육이 끝난 뒤에도 지속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다음 달 10일부터 19일까지 맘프러너 홈페이지(www.edumom.seoul.kr)에서 접수한다. 박 담당관은 “하이 서울 창업스쿨과 2030청년창업 프로젝트에도 주부들의 참여가 물론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정보가 부족해 창업에 실패하는 주부를 많이 봤다”며 “발 빠르게 여기저기 두드려보고 열심히 공부하면 돈이 많지 않아도 누구나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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