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엔 2100억, 피해자엔 37억원

  • 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범죄자엔 2100억 국선변호인비용-교도소 생활비등
피해자엔 37억원 정부, 올해 지원 위해 확보한 예산
국회 “피해자 지원 획기적 확대” 법 제정 추진

살인, 강도, 성폭력 등 흉악범죄는 피해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에게까지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타격을 초래하지만 아직까지 정부나 사회적 차원의 지원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1987년 제정된 ‘범죄피해자구조법’에 따라 살인사건의 경우 유족에게 최대 3000만 원의 유족구조금을, 중상해를 입으면 최대 3000만 원까지의 장해구조금을 심의를 거쳐 지급하고 있다. 이조차도 올 4월 범죄피해자구조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원금액을 올린 것이다. 또 민간단체인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가 2005년 만들어져 일선 검찰청에 사무실을 두고 민간 모금액으로 생계비 등을 몇백만 원씩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구조금은 지급요건이 까다로워 다수의 범죄 피해자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해자를 찾을 수 없거나, 가해자가 피해를 배상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점이 입증돼야만 구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도 이 같은 제도적 한계를 인식하고 범죄 피해자 지원 예산을 늘리기 위해 수년 전부터 노력해 왔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확보된 예산은 37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범죄자를 위해서는 국선변호인 비용, 교도소 생활비 등으로 올해 2100억 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범죄 피해자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안 제정안’을 14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골자는 매년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벌금 수납액의 5%(750억 원)를 기금의 재원으로 쓰자는 것. 이런 범죄 피해자 지원시스템은 미국과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박 의원은 “‘피해자의 희생으로 획득한 재원은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유엔이 권고한 바 있다”며 “헌법 30조에 ‘범죄 피해자는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 만큼 범죄 피해자 지원은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인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범죄 피해 지원에 대한 상담 문의 전화는 1577-1295(범죄피해자구조번호). 전화를 걸면 가까운 검찰청에 있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로 연결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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