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중학교로 6월 한 장의 통고장이 날아왔다. 학교 홈페이지에 띄워놓은 공지에 ‘곰돌이푸’ 캐릭터 두 개를 첨부한 것이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고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저작권자라며 통고장을 보낸 사람은 ‘월트디즈니사’가 아닌 한 중년 남성이었다. 황당하다며 무시하려 했지만 남성은 저작권위원회의 등록증을 들이댔다. 결국 학교 측은 꼼짝없이 합의금 명목으로 150여만 원을 물어줬다.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등 유명 캐릭터의 저작자라고 주장하며 이를 홈페이지나 인쇄물 등에 사용한 학교들을 고소해 총 1억5000만 원을 챙긴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인터넷을 떠도는 유명 캐릭터나 문양 85만여 개를 내려받아 이 중 333개를 자신의 저작물로 등록하고 154개 학교에서 합의금 명목으로 1억5000만 원을 챙긴 정모 씨(52)를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인 위모 씨(52·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유명 저작물로 돈을 버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저작권 등록을 담당하는 직원 두 명은 디즈니의 ‘곰돌이푸’, 한국관광공사의 ‘초롱이와 색동이’ 같은 기존 캐릭터도 좌우만 바꿔 놓으면 “처음 본다”며 선뜻 저작권을 내주었다. ‘헬로키티’나 ‘미키마우스’ 같은 유명 캐릭터는 저작권 등록을 하는 대신 학교로 직접 연락해 “아이들까지 고소하겠다” “교사는 형사처벌 받으면 연금도 못 받는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겁이 난 학교 측은 순순히 돈을 내놨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2004년부터 캐릭터와 이미지·문양을 무료로 나눠주는 웹사이트를 운영해왔다. 부인(49)과 딸(26)에게는 웹사이트에서 그림을 퍼간 학교를 찾는 역할까지 맡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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