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이날 오전 9시 광화문광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을 열었다. 동상은 높이 6.2m, 폭 4.3m 규모로 세종문화회관 앞(이순신 장군 동상 뒤편 250m 지점)에 설치됐다. 이 대통령과 오 시장이 오전 9시 반경 동상을 덮고 있던 장막을 벗기자 4.2m 높이의 기단(基壇)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의 황금색 세종대왕 동상이 모습을 나타냈다.
동상의 세종대왕은 온화한 미소를 띠고, 오른팔을 벌린 채 왼손에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들었다. 동상 앞에는 해시계, 측우기, 혼천의 등을 본 따 만든 조형물이 설치됐고, 뒤편으로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부조로 새긴 열주(列柱·기둥) 6개가 세워졌다. 옛 광화문 지하차도를 리모델링한 '세종이야기'도 함께 공개됐다. 전시관 6곳을 갖춘 세종이야기에서는 세종대왕의 업적과 일대기를 담은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다. 김영원 교수는 "근엄하고, 권위적인 군주가 아닌 어버이 같은 온화한 임금의 표정을 담는 데 중점을 뒀다"며 "국민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세종대왕을 만나 마음을 위로 받고, 대왕의 교훈을 얻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문자를 만든 날을 국경일로 기념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세종대왕을 받든다는 것은 창의와 실용의 정신으로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문화강국을 이루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것은 우리 정부의 철학이자 목표로서 서민을 따뜻하게 하고 중산층을 두텁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기념사에서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이 자리함으로써 우리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도 아침 일찍부터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동상 주위에서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울산에서 가족과 함께 올라온 서영식 씨(41)는 "북악산을 배경으로 앉은 세종대왕의 모습이 기대했던 것보다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서 씨의 손을 꼭 잡고 동상을 바라보던 서주희 양(10)도 "아빠와 선생님이 세종대왕은 성군(聖君)이라 불린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표정이 너무 인자해 보여요. 동상 앞에 서보니 세종대왕을 직접 만난 것 같아요"라고 감탄했다. 대학생 김동휘 씨(20)는 "동상 제막을 계기로 세종대왕의 업적과 한글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동상만 세워두기 보다는 다양한 행사와 문화 콘텐츠를 채워 넣어야 진정한 광화문광장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막식이 끝나자 세종대 학생 50여 명은 동상 주변에서 한글 사랑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시민들과 함께 한글 관련 퀴즈를 풀며 동상 제막을 축하했다. 영화예술학과 1학년 박유진 씨(19·여)는 "세종대 학생이 제막식에 빠질 순 없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 찾아 캠페인을 벌였다"며 "동상만 세울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 한글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려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