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개월전 문제 순서만 바꿔 재출제…고장난 ‘정비시험’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8분


■ 산업인력공단 8월 車정비기능장 2차 시험 파문

14문항 글자 하나 안 달라… 합격률 5월의 4배로
“재응시생만 유리” 반발… 공단 “문제은행 오류인듯”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자동차정비기능장 시험에서 이미 한 차례 출제됐던 문제가 그대로 다시 출제돼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9일 기능장 시험 응시자들과 공단 측에 따르면 8월에 치러진 제46회 자동차정비기능장 2차 시험에서 출제된 필답시험 14문제가 5월 치러진 제45회 2차 시험 문제와 배치순서만 다를 뿐 100% 똑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1년에 두 번 치르는 자동차정비기능장 시험은 1차 시험(객관식) 합격생들이 서술형 필답시험(14문제 50점)과 실기시험(50점)으로 구성된 2차 시험에서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한다. 그런데 하반기 2차 필답시험의 모든 문항이 상반기 시험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게 그대로 출제된 것.

공단 관계자는 “문제은행에서 46회 시험에 출제될 문제를 자동 선별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해 45회와 같은 문제가 출제된 것 같다”며 “오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컴퓨터가 잘못 선별한 문제가 시험장에 나갈 때까지 중복 여부를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런 오류가 발생한 적이 없어서 검토할 생각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응시자는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시험이 형평성을 잃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복 출제로 인해 하반기 시험에만 응시한 수험생들은 상반기와 하반기 시험에 모두 응시한 수험생에 비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단 자료에 따르면 45회 시험에는 응시자 725명 가운데 51명만이 합격해 합격률이 7.0%에 그쳤지만 46회에는 응시자 668명 가운데 175명이 합격해 26.2%의 합격률을 보여 4배 가까이 됐다. 특히 45회에서 떨어졌다가 46회에 응시한 452명 가운데 148명이 합격해 이들의 합격률은 32.7%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시험의 합격률은 각각 24.4%와 14.7%였고 2007년은 각각 20.7%와 28.3%로 올해처럼 편차가 크지는 않았다.

공단 측은 “2차 필답시험은 문제가 공개되지 않는 데다 상반기와 하반기 시험 사이에 3개월의 시차가 있어 한 번 본 문제가 다시 나왔다고 해도 점수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자동차정비기능장 시험 학원 관계자는 “아무리 문제은행식 출제라 해도 필기시험에서 모든 문제가 전회와 100% 똑같다면 문제가 있다”며 “응시자들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