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긴 거리 미술관이 서울에 생긴다. 이 미술관의 길이는 무려 7.2km다. 미술관의 특징은 ‘공사판’ 한복판에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문화콘텐츠 중심지로 태어나기 위해 국내외 유력 기업들이 25개 필지에서 공사 중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가 바로 미술관이 들어설 장소다.
DMC는 아직은 공사 중이어서 여느 공사 현장처럼 지저분한 환경과 불법주차에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다. 서울시는 DMC 공사 현장의 가림막을 이용해 거리 미술관을 조성하고 15일 일반에 공개한다.
기존에도 페인트를 칠하고 벽지 등을 붙여 가림막 수준을 높인 곳이 많았지만 DMC의 거리 미술관은 나무, 돌 등의 자연물과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사진, 풍선, 철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예술 조형물을 탄생시켰다. 동아일보 컨소시엄 용지에는 ‘자유와 사랑’을 분홍빛과 원근법을 이용해 표현한 한미애 중앙대 겸임교수의 ‘Sweet Room’이 설치됐다. 고운 분홍빛에다 입체감을 더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 교수는 거리 미술관 조성을 총감독했다. 서울시 용지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움직이는 ‘바람꽃’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국 15개 예술대학의 강사급 이상 작가 15명과 예술, 디자인계열 졸업 미취업자 150여 명을 아트 서포터스로 임명해 거리 미술관에 설치될 작품 제작에 참여시킨 점도 이채롭다. 15일부터 17일까지 DMC 홍보관에 오면 오전 11시와 오후 2시, 4시에 큐레이터와 함께 작품들을 둘러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 기간 이후에는 설명만 없을 뿐 언제든 누구나 전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박중권 서울시 투자유치담당관은 “공사 가림막이 품격 높은 거리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DMC 현장에 많은 시민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DMC는 완공 이전부터 문화 수준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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