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강민정]학생은 ‘진화’하는데 학교는 제자리

  • 입력 2009년 10월 1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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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똑똑하다. 09학번 신입생과 대화하며 든 생각이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만 해도 대학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라는 현실과 잘 알려진 간판이란 이상의 벽을 최대한 허무는 범위에서 결정됐다. 원하는 대학에 못 가서 재수를 했지, 공부하고 싶은 학문 때문에 재수를 하는 친구는 많지 않았다. 신입생 때는 F학점 하나 정도 있어도 크게 문제될 것 없었다. 이런 내게 입학 직후부터 어느 기업, 어느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09학번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신입생의 ‘진화’는 이 시대가 만든 필연적인 결과일지 모른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정규직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가 아니라 ‘준비된 새내기’가 되는 건 당연하다.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현상은 아니다. 대학의 낭만, 대학생에 대한 로망은 빼앗겼지만 덕분에 그들은 이른 시기에 구체적인 자기 설계를 할 수 있다. 이들을 학교에서 얼마나 뒷받침할지는 의문이다. 요즘 새내기는 구체적이고 뚜렷한 미래 설계로 직업이 다양화 세분화되는 사회에 맞춰가려 하는데 학교는 그대로다. 전공과목이나 강의계획표는 몇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몇몇 교수는 30년 전 미국 유학 시절을 이야기하며 2009년 사회 현상을 설명한다.

사회에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스무 살의 대학생은 철저한 자기 설계로 무장한다. 학교가 학생의 진화하는 어떤 꿈에도 맞춰줄 수 있는 트랜스포머가 되길 바란다.

강민정 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 4학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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