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여의도광장 문화마당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주최로 ‘공기업 선진화 저지 공공부문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운수, 가스, 연금, 발전 등 공공 부문 노조원 7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 내내 스피커에서는 “(정부의) 기만적인 공기업 선진화를 투쟁으로 분쇄하자”는 구호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오후 2시에 시작한 노동자대회가 5시 반쯤 끝나고 집회 참가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광장은 거대한 쓰레기밭으로 변했다. 각종 구호를 적은 손팻말(피켓)과 각 지부 노조에서 발행한 각종 소식지와 팸플릿에 마시다 남은 물병과 담배꽁초 등으로 문화마당은 쓰레기로 뒤덮였다.
집회가 끝나자 광장에는 ‘청소’라고 적힌 파란색 조끼를 입은 사람 10여 명이 쓰레기를 모아 비닐봉투에 담기 시작했다. 40, 50대 여성이 대부분인 이들은 여의도공원관리사무소 소개로 집회가 끝난 뒤 청소를 해주기로 한 청소용역업체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이었다. 10대로 보이는 아들이 파란 조끼를 입은 엄마를 도와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도 보였다.
집회에서 발생한 1t 트럭 2대 분량의 쓰레기를 치워주는 대가로 이 용역업체가 받는 돈은 100만 원 남짓. 아르바이트생 한 사람이 받는 돈은 3만 원이라고 했다. 곁에서 지켜본 작업 강도는 만만치 않았다. 마시다 버린 물병은 그대로 봉투에 담으면 무겁기 때문에 일일이 마개를 열어 물을 쏟아 버려야 했다. 가을바람은 종이쓰레기를 공원 이곳저곳으로 날려 보내 작업시간은 자꾸만 지체됐다.
바람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주변에서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던 몇몇 청소년과 시민이 쓰레기를 주워 이들에게 건네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광장이 제 모습을 찾기까지 약 2시간 동안 이들을 돕는 집회 참가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집회가 끝나자 참가자 대부분은 동료들과 함께 타고 온 관광버스나 지하철역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 주변 호프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TV 야구중계를 시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청소용역업체의 한 직원은 “얼마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종교단체 집회에서는 참석자들이 쓰레기를 모두 가져가 일할 것이 거의 없었다”며 “노조 쪽 집회는 유독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물상에 폐지로 팔 수 있는 종이쓰레기가 많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라며 바람에 날려 간 쓰레기를 줍기 위해 광장 저편으로 멀어져 갔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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