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 관심속 명분있는 도전
2018 동계-2020 하계올림픽
각각 유치 나선 평창-부산
“같은 아시아권이라…” 긴장
일본 히로시마(廣島) 시와 나가사키(長崎) 시가 2020년 하계올림픽 공동유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핵 폐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유일의 피폭지인 두 도시의 올림픽 유치는 세계평화를 주창하는 올림픽정신과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하지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년 부산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 중인 한국으로서는 예상치 않은 돌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피폭 경험을 평화의 분수령으로
아키바 다다토시(秋葉忠利) 히로시마 시장과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 나가사키 시장은 11일 히로시마에서 올림픽 공동유치를 위해 올림픽유치검토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두 도시는 세계 유일의 피폭지라는 어두운 과거를 올림픽 유치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 세계 3100개 도시가 참가하고 있는 ‘평화시장회의’(회장 아키바 시장)가 2020년까지 핵무기 폐기를 주장하는 ‘히로시마·나가사키의정서’를 발표한 만큼 평화의 축전인 올림픽을 두 도시에서 공동개최하자는 논리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2012년과 2016년 올림픽이 각각 영국 런던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기 때문에 2020년 대회는 대륙 순환 개최 관례에 따라 아시아권이 유력하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개최를 원칙적으로 1개 도시로 규정하고 있어 2개 도시 공동 주최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또 통상 올림픽 유치전에는 세계의 수도급 대도시가 뛰어들기 때문에 지방 중소도시에 불리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일본은 지금까지 동·하계를 합쳐 10차례 유치에 나서 1964년 도쿄, 1972년 삿포로(동계), 1998년 나가노(동계) 등 세 차례 올림픽 개최에 성공했다.
○ 돌발 변수에 긴장하는 평창, 부산
2018년 동계올림픽과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각각 추진 중인 강원 평창군과 부산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올림픽 유치 추진에 대해 “대세에 지장은 없겠지만 같은 아시아권이라 신경은 쓰인다”는 반응이다.
부산시 성덕규 체육진흥과장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유치 추진과는 상관없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2년 만의 하계올림픽 개최를 위한 준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여부가 2011년 7월 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결정된 뒤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구상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 국제행사를 개최했고 스포츠 인프라도 마련돼 있어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아시아권에서 올림픽 유치전에 계속 나서는 데 대해 “상황을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평창 유치위 김만기 공보부장은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2020년 하계올림픽이 결정되는 2013년보다 2년 빨리 결정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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