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언어영역/창의적 사고의 이해 (1)

  • 입력 2009년 10월 12일 05시 36분


《언어와 관련된 사고는 의미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기본능력(사실적 사고)과 정보를 바탕으로 추리하고(추론적 사고) 평가하며(비판적 사고) 발전시키는(창의적 사고) 고급능력으로 나눌 수 있다. 오늘은 7차 교육과정의 기본목적에 부합하는 고등 사고력을 학습한다.》

창의적 사고는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맞게 어떤 언어자료를 변형하거나 새롭게 표현하는 고차적인 언어활동이다. 이는 7차 교육과정에서 새로이 설정된 행동영역으로 종래의 ‘추리·상상적 이해’의 일부와 ‘비판적 이해’의 창의 관련 부분을 포함시킨 것이다. 7차 교육과정이나 현재 논의 중인 ‘미래형 교육과정’에서는 21세기의 글로벌 창의 인재를 기르는 것이 목적인 만큼, 창의적 문제해결력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펴낸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매뉴얼(2004)’에서 명시한 창의적 사고의 의미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창의적 사고는 언어활동의 과정에서 자료나 텍스트의 표면에 제시되지 않은 요소를 창출해 낸다는 점에서 추론적 사고와 비슷하지만, 추론적 사고가 수평적인 확산인 데 비해 창의적 사고는 수직적인 수준 향상(shift-up)이라는 점에서 서로 구별된다.

창의적 사고는 내용, 구조, 표현의 창의적 수용과 생성이라는 세 측면을 측정하며, 사실적 이해의 단계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창의적 사고는 사실적 이해보다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이해능력이다. 내용에 관한 창의적 수용과 생성에서는 내용의 관계를 분석하거나 설정해 주어진 정보를 창의적으로 수용하고 그것을 새로운 정보로 생성하는 능력까지가 측정요소가 된다.

구조에 관한 창의적 수용과 생성에서는 표현된 내용이나 표현할 내용이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분석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그 조직을 이해하거나 창의적으로 조직하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텍스트의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구조를 창출하는 능력이 측정요소가 된다.

표현에 관한 창의적 수용과 생성은 표현된 내용이나 표현되는 과정에서 어떤 요소가 개입되었는가를 분석적으로 추리·상상함으로써 그 의미를 명확히 하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표현된 글에 담겨있는 전제나 태도를 분석하고, 어떤 사실을 표현하는 의도와 관점을 명확하게 하는 능력이 측정요소가 된다.」

7차 교육과정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개편될 때, 연구자가 제시한 대표적인 창의적 사고측정 문제는 다음과 같다.

[예문]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 평가 29번 문항

때 6·25 직후

곳 서울 번화가에 위치한 최 노인의 집

최 노인 (넋두리 외우듯) 나 원…… 일이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비투러지다니 정말 집을 옮기든지 해야지… 자식 놈이라고 벌어 대기를 하는가, 장사가 제대로 되는가… 나 원… 게다가 가게 문을 닫은 지가 두 달이나 되었는데 무슨 놈의 세금은 세금이야! 설상가상으로 저 빌어먹을 낮도깨비 때문에 화초밭이 망쳐지는 것은 고사하고 집 기둥까지 썩게 되었으니… 에잇 참!

어머니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최 노인의 눈치를 봐 가며) 여보 영감….

최 노인 뭐요?

어머니 내 생각 같아서는….

최 노인 뭣이 어쨌어?

어머니 다른 집으로 갈아 잡는 게 상책일 것 같으오만….

최 노인 (ⓐ말없이 눈만 부릅뜬다.)

어머니 애들하고는 여러 번 의논도 했어요.

최 노인 아까 경재 얘기 말이오?

어머니 예.

최 노인 내가 싫다면 안 되는 일이야….

어머니 그러니까 여태 말을 못 꺼냈죠.

최 노인 이건 내 집이라는 걸 알아야 돼!

어머니 사람이 살기 위해서 집이 있지, 사람 죽고 집만 있으면 뭘 해요 글쎄….

최 노인 우리에게 남은 것이라곤 이 집뿐이야.

어머니 누가 그걸 모르나요. 허지만 이 집을 영영 없애 버리자는 것도 아니고 좀 작은 집으로 갈자는 게죠.

최 노인 이 집은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사 주신 집이야!

어머니 그렇다고 자식들이 제 구실을 못하고 기도 못 피는 꼴을 보고만 있겠어요?

최 노인 뭐라고?

어머니 경수만 하드래도 빈손으로 취직을 하자는 것이 틀린 채산이죠. 요즘 세상에 공 안 들이고 되는 일이 있답데까?

최 노인 그래 경수 취직 자금을 얻기 위해서 집을 팔자는 거야?

어머니 그것뿐이 아니죠. 경애도 시집보내야겠고 내년이면 경재가 대학에 가야 하고… 앞으로 돈으로 메꾸어야 할 일이 어디 한두 가지예요?

최 노인 (ⓑ긴 한숨을 내쉰다.)

어머니 나도 무엇이 좋아서 오십 년 동안 살아온 집을 팔자고 하겠우… 허지만 참대 같은 자식들을 위해선….

최 노인 (ⓒ말없이 일어서 화초밭으로 가서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만 있다.)

어머니 우리야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요. 젊은 애들이 불쌍하지…. (ⓓ하며 눈시울을 누른다.)

경운이가 어느새 나와 마루에 서 있다. 최 노인은 좌우의 건물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더니 서서히 대문 쪽으로 나간다.

(…중략…)

경운 어머니 너무 염려 마세요. 어떻게 되겠죠.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

어머니 (눈물지으며) 굶는 게 두려우겠니? 사는 일이 두렵지.

이때 화려한 양장을 한 경애가 방에서 나온다.

경운 (감탄을 하며) 언니! 그렇게 차려 놓고 보니까 진짜 배우 같군요!

경애 언제는 가짜였니!

경운 김칫국 먼저 마시네요. 호….

경애 요 계집애가…. (ⓔ하며 구두를 신는다.)

어머니 일찍 좀 들어오너라.

경애 일이 끝나야죠. 참 어머니 오늘 일이 해결만 되면 염려 없으셔… 이보다 더 좋은 집도, 자가용도 그리고 오빠 취직도 만사 오케로 척척박사일 테니까요.

어머니 잔소리 말고 시집이나 가! 그까짓 영화배우를 평생 할 테냐!

경애 어머나 남의 인격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나는 지금 나의 일생을 결정짓는 가장 중대한 인생의 위기에 서 있는 거예요.

경운 아이… 언니두, 그런 말을 어머니께서 알아들으셔야죠!

경애 (명랑하게 웃으며) 나의 유일한 협력자요 후원인은 경운이 너뿐이구나!

[차범석, ‘불모지’]」

29. 위 글에 나타난 상황과 인물의 성격을 바탕으로, 이어질 장면을 가상하여 써 보았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이때 경수가 술에 취해 등장.

어머니 (반갑게) 경수 오니? 아침은….

경수 (힘없이) 친구 집에서 먹었어요.

경운 (일부러 농조로) 서울 인심은 아니군요? 아휴 술 냄새.

어머니 술 좀 그만 해라. 몸을 생각해야지!

경애 오빠, 너무 상심 말아요. 다 잘 될 거야. 나만 믿어 봐! ………………………………………①

경수 (고개를 숙인 채) 응….

경애 걱정하지 말라니까요! 그럼 나 다녀올게요! (퇴장)

어머니 어유 언제나 속이 들려는지 원. (경수의 손을 잡으며) 경수야, 너무 걱정 마라.……………②

경수 어머니, 죄송합니다. 내년이면 경재 대학도….

경운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쏘아보며) 오빠가 언제부터 동생을… 오빠도 언니도 늘 자기만 생각하고 있잖아요! ……………………………………③

어머니 아니야. 다 집이 문제야, 집이.

이때 최 노인 등장.

최 노인 (화난 표정으로) 아니, 넌 어디 있다 이제 오는 거야! 염치가 있어야지! 어린애도 아니고… 취직 안 된다고 놀고만 있으면 돼? ………………④

경수 (말은 못한 채 한숨만 내쉰다.)

어머니 당신도 참. 얘가 무슨 잘못이 있다구요. 이 집을 ………………………………………………⑤

최 노인 뭐라고? 집… 또 그 얘기야? 저런 놈을 위해 하나 남은 집마저 팔아야만 속이 시원하겠어?」

이 작품의 배경은 근대화되어 가는 도시의 한복판에 남아 있는 구식 한옥이다. 그곳을 배경으로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자식들과 옛것을 고집하는 노인 사이에 성격적 대립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외견상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가치관의 변화와 삶의 태도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혼구 대여점을 경영하는 최 노인은 구식 한옥에 지나친 집착을 보인다. 그러나 빌딩 숲에 가려진 최 노인의 가정이야말로 ‘불모지’인 셈이다. 차범석은 이 작품의 내용이 지나치게 암울하고 우울하다는 점에 착안해, 1962년 극의 결말을 희망적인 메시지로 바꾸어 총 4막의 ‘태양을 향하여’로 개작했다.

이 글에서 파생된 29번 문제를 함께 풀어보면, 경애는 자신의 일이 잘되면 집안일이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있으며 경운이도 그런 경애를 우호적으로 대하고 있다. 따라서 경운이 ‘언니는 늘 자기만 생각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정답: ③번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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