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수 대학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중에서도 많은 상위권 학생들이 목표로 하는 미국의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국내 입시 환경과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의 교육철학을 고려하고 이를 자신의 가능성 및 잠재력과 연계시킨다는 측면에서 전략을 짜고 준비해야 한다. 국내에서 ‘문제아’로 찍힌 학생일지라도 자신만의 꿈과 열정이 분명하다면 미국 명문대에 도전해볼 만한 것이다. 미국 명문대의 문, 어떻게 하면 열 수 있을까?》
○ 시험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대학 입학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일어나는 경쟁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 이것은 자기 능력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자료로 받아들여진다. 당연히 많은 기회와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최근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한 실정. 결국 좋은 학생이란 시험점수가 좋은 학생을 뜻할 뿐이다.
하지만 높은 시험점수가 정작 사회에 나가서 제대로 쓰일까? 대학을 졸업하면 회사원이 되거나 사업가가 되어도 시험 잘 보는 능력(skill)이 요긴하게 쓰이는 경우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국내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명문대 입학을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나 미국의 대학이 국내 대학과 다른 점은 좋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노력을 더 기울인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학이 원하는 좋은 학생이란? 배움을 즐기고 열정과 꿈이 있으며 인간적 성숙이 계속 진행되는 학생이다. 이러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발굴하기 위해 입학사정 절차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 인력을 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대학도 성적과 각종 시험점수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그러나 점수 자체보다는 그 속에 담겨 있는 배움에 대한 도전성, 성취도를 중시한다. 그리고 대학의 자체 기준에 따라 등급을 결정한다. 학생이 좋아하고 심취해 있는 분야가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또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결합해 종합적인 평가를 내린다.
예를 들어 <표>의 두 학생을 비교해보자. 국내 기준으로 비교한다면? A 학생은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으며 B 학생은 명문대 입학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예상 밖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례가 매우 극단적인 경우일수도 있지만, 이 같은 일은 미국의 명문대 입학사정 과정에서 종종 일어난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15년간 입학사정 담당 부학장을 지낸 존 라이더 박사는 “실제로 이러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서 “GPA 4.0에 SAT 2400인 학생을 모두 뽑는다면 명문대 정원은 몇 배로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미국의 대학이 중시하는 요소는?
그렇다면 왜 A 학생은 모든 미국 명문대로부터 거절당했고 B 학생은 합격했을까? 미국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A 학생이 작성한 에세이와 과외활동기록을 볼 때 뚜렷한 열정이나 자기 세계가 없는 인간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학생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일종의 교만함이 입학지원서 전반에 나타난 점이 모든 대학에서 공통으로 거절한 이유였다.
이러한 평가는 주관적인 판단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학은 주관적 판단을 더욱 ‘정확하게’ 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한다. 많은 인력을 고용하여 입학지원서 상에서 서로 모순되는 내용을 찾아낸다. 이를 두고 입학사정위원회에서 수많은 논의를 한다. 또 필요할 경우 고등학교와 추천인들에게 일일이 질의한다.
수십 년간 축적된 이러한 경험과 실력은 거의 ‘족집게’ 수준이다. 미국의 대학들이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평가할 때 가장 ‘문제시’하는 부분은 진실의 왜곡과 교만이다. 학습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거짓된 말과 행동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선발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가 일부 금융전문가들의 부도덕한 행동에서 발생했던 것처럼, ‘머리 좋고 거짓말 잘하는’ 학생은 앞으로 사회를 망치는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B 학생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고 텔레비전에 심취하여 비현실적인 몽상만 일삼는 이른바 ‘한국형 문제아’였다. 하지만 B 학생에게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텔에서 일하고 싶은 뜨거운 열정과 꿈이 있었다. 대학 진학을 앞둔 마지막 방학에 부모님을 설득하여 수십 번 이력서를 제출한 끝에 작은 호텔에서 허드렛일을 할 기회를 얻었다.
B 학생은 힘든 과정을 겪으며 노동의 가치, 작은 돈의 소중함, 낮은 계층에 속한 이들의 어려움을 깨달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아 감동적인 에세이를 쓸 수 있었다. 그 에세이를 읽은 입학사정관들은 만장일치로 합격에 동의했다. 현재는 미미하지만 미래의 가능성에 점수를 준 것이다.
○ 흥미는 실력 향상과 성공의 출발점
국내 상당수 고등학생이 방학이나 여가시간을 활용해 연구소에서 인턴을 하고 대학교수들과 논문작업을 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학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중엔 미국 명문대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게임, 운동, 음악에 빠져서 공부를 소홀히 하는 학생들도 자주 보게 된다. 이러한 학생의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책상 앞에 다시 앉힐 수 있을까를 두고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아이가 훗날 미국의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아이가 그러한 일에 좀 더 ‘미치게’ 놔두는 편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모든 일은 ‘흥미’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흥미는 실력향상과 성공으로 이어진다. 훌륭한 학생이란 이러한 방법을 스스로 체득한 학생이다. 이런 학생은 대개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인다.
지금껏 우리의 관점에서는 대학교수와 논문을 함께 쓰는 학생과 음악이 좋아 드럼에 빠진 학생을 결코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학은 다르다. 성적만이 아닌 흥미와 열정을 잣대로 삼아 학생을 평가한다.
자녀가 게임, 운동, 음악에 빠져 있는가? 그렇다면 미국의 교육환경에서 배움의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자녀는 ‘문제아’가 아닌 촉망받는 ‘인재’로 성장할 순간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사소한’ 흥미라도 그것이 ‘진지한’ 흥미라면 성공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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