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전교114등→25등 고2 정예진 양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책상에 앉았다. 일단 책을 펼쳤다. 뭘 해야 하지 몰라 한동안 멍하니 벽을 응시했다. 그러고 보니 혼자 공부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막막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설까 고민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렵게 학습계획표를 완성했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일은 몇 배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계획한 공부를 다음 날로 미루고 싶을 때마다 ‘오늘 걸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구절을 떠올렸다. 8개월 남짓 ‘독하게’ 공부했다. 114등이던 전교 석차가 1년 만에 25등으로 올랐다. 서울 영훈고등학교 2학년 정예진 양(17·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오늘 걷는 자 내일은 뛰어야’… 오늘 계획은 반드시 오늘 실천

[생활개선] 학원을 끊고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다

정 양은 고1 때 일주일에 사흘씩 종합학원에 다녔다. 한 번 갈 때마다 4시간 동안 국어, 영어, 수학 등을 학교 진도보다 앞서 배웠다. 한번 배운 내용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학교 수업이 따분하게 느껴졌다. 딴생각을 하거나 조는 횟수가 늘어났다. 선생님의 설명을 놓치는 일이 많아 노트필기는 엉망이었다.

그러다보니 학원에 더 의존하게 됐다. 학원에 안 가는 날은 학원 숙제를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학교 시험도 학원에서 만들어준 교재와 프린트 물로 준비했다. 1학년 1학기 시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전체 487명 중 114등. 중학교 때 전교 30등 안팎의 성적이었기 때문에 자신도 부모도 놀랐다.

“‘조금만 노력하면 금세 따라잡을 수 있다’고 내심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공부방법을 바꾼 건 아니에요. 학원의 지도에 익숙해지다 보니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몰랐고 그럴 마음조차 없었어요. 성적은 조금씩 더 떨어졌죠.”

어느 순간부터 ‘해도 안 된다’는 자포자기에 이르렀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선택을 앞두고 친구들과 대학 진학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몇몇 친구는 자신의 진로를 일찌감치 정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약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이후 정 양은 학원을 그만뒀다.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학습계획표를 1개월 단위로 작성하고, 책상 앞에 앉는 일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했다.

[내신학습법] 학교 수업에 모든 답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정 양은 학교 수업에 몰라보게 충실해졌다. 수업시간에는 빨간색, 파란색, 검정색 펜과 형광펜을 이용해 노트필기를 했다. 선생님이 강조한 내용은 빨간색, 덜 중요하지만 알아야 할 내용은 파란색, 일반적인 설명은 검정색으로 작성했다.

수업시간에 졸지 않으려고 쉬는 시간에 틈틈이 쪽잠을 잤다. 그래도 졸음이 쏟아질 때면 무릎을 꼬집기도 하고 교실 뒤에 서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은 반드시 그날 복습했다.

매월 초 학습계획표를 짤 땐 실현가능한 목표를 하나씩 정했다. ‘○○○문제집 1권을 끝내자’, ‘언어영역을 1등급 받자’가 그 예. 매일 문학·비문학 작품 2개를 분석했다. 수리영역은 한 단원을 정해 대표유형 8문제를 풀었다. 또 영어단어를 40개씩 외웠고, 영어문법을 세 단원씩 공부했으며, 6개 지문을 읽으면서 독해력을 쌓았다. 자율학습이 끝나면 하루 생활을 평가하고, 주말을 활용해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내신 준비는 4주 전부터 시작했다. 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탐구 영역을 매일 각각 1시간 동안 배운 부분을 꼼꼼히 훑었다. 교과서와 필기한 노트를 항상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펼쳐봤다. 이렇게 하니 과목별로 평균 2회, 시험범위가 적은 과목은 최대 3회까지 복습할 수 있었다. 시험 1주일 전에는 시험시간표의 역순으로 하루에 두 과목씩 공부했다. 그 결과 2학년 1학기 시험에서 전교 25등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모의고사 학습법] 어떻게 문제를 푸는가가 중요하다

내신 성적은 좋아졌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주요 과목 성적은 3등급 안팎. ‘모의고사 성적은 수능 성적의 지표’라는 얘기에 걱정이 밀려왔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하루 10시간 공부’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여름방학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

방학 때 정 양은 보충수업이 끝나면 독서실로 향했다. 교과서와 문학자습서로 하루에 문학작품 5개를 읽고 분석했다. 또 ‘자이스토리’ 같은 기출 문제집를 풀면서 문학작품에 대한 자신의 이해와 자습서의 설명이 어떻게 같거나 다른지를 빠짐없이 비교했다.

비문학은 문제집을 풀면서 단락별로 일일이 소주제를 찾고 그것의 바탕이 되는 주요 문장과 키워드를 적어 넣었다. 그 뒤 단락별 소주제를 다시 읽으면서 전체 글의 주제와 키워드를 뽑아냈다. 각 문단 간의 특성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문단 구성표도 작성했다. 예를 들어 첫째 문단이 글의 주제를 다루고 둘째, 셋째 문단이 예제에 해당한다면 ‘가지치기’ 형식으로 표시했다. 이런 연습을 한 이유는 문단의 핵심내용을 묻는 문항이 모의고사에서 출제되는 데다 비문학은 지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리영역은 가장 자신이 없었다. 이에 매일 2시간씩 고1 수학 10-가, 나 과정에 나온 개념을 꼼꼼히 복습한 뒤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풀었다. 채점을 하면서 틀린 문제는 큼직하게 별표 표시를 했다. 그 다음엔 틀린 부분과 별표 표시한 문제를 해설지 없이 다시 풀었다. 그래도 틀린 문제는 해설지를 보면서 풀이방법을 익혔다. 그리고 1주일 이내에 다시 풀어봄으로써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교과서와 개념정리 문제집을 이용해 수리I 전 과정을 공부했다. 개념의 의미와 공식이 나오는 과정을 정리하고 대표유형의 문제를 풀어봄으로써 문제풀이 감각을 키워나갔다. ‘통계’ 같은 단원은 잘 이해되지 않아 인강(‘인터넷강의’의 줄임말)을 활용했다.

외국어영역은 듣기, 독해, 문법을 1시간씩 학습했다. 듣기는 재빨리 문제를 읽고 키워드를 문제집에 적은 후에 문제풀이를 진행했다. 또 안 풀리는 문제는 건너뛰고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빠르게 읽는 연습도 했다. 주어와 동사, 관계대명사 등을 기준으로 어순 감각을 익히면서 해석속도를 높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9월 모의고사에서 주요 과목 성적이 모두 1, 2등급씩 올랐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