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하는 데 4년 4개월이 걸렸지만 태풍이 왔을 때도 공사가 단 한 번도 중단되지 않았어요. 천운(天運)이 따랐다고나 할까요.”
11일 오후 4시경 인천국제공항과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인천대교 공사현장. 취재차량을 타고 바다 위 교량 중심에 우뚝 서 있는 2개의 주탑(主塔)으로 다가갔다. 지진과 강풍에 견디도록 거꾸로 된 Y자 모양으로 세운 주탑은 높이가 서울 63빌딩(249m)과 비슷한 238.5m에 이른다. 주탑 아래의 도로에서 보니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는 국제선 비행기와 인천항을 오가는 선박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해상 교량의 길이 12.34km, 연결도로를 포함한 총길이 21.38km로 국내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길어 ‘바다 위 고속도로’로 통하는 인천대교가 16일 준공 및 개통식을 갖는다. 인천대교 시행사인 인천대교㈜가 1조5914억 원을 들여 완공한 이 교량은 사장교(斜張橋·주탑에 비스듬히 연결된 케이블로 교각 상판을 지탱하는 방식)로 만들었다. 주탑 사이 거리(주경간)가 길수록 기술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데 이 교량의 주경간은 800m로 세계 5위 규모이며 10만 t급 대형 선박이 통과할 수 있다. 초속 72m의 폭풍과 규모 7의 지진에도 문제가 없도록 설계했다. 해상 교량 12.34km를 제외한 나머지 연결도로(9.04km)는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했다.
19일 0시부터 일반 차량이 통행하기 시작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물론 수도권의 교통, 물류 흐름이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 다리가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제2 제3 경인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등과 연결되기 때문. 서울 및 경기 남부지역에서 인천국제공항에 이르는 거리가 약 13km 짧아져 시간이 많게는 40분 이상 단축되고,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는 현재 1시간 이상 걸리는 시간이 20분 내외로 줄어들게 된다.
인천대교는 국내 토목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공사로 꼽힌다. 해상 공사인 만큼 강한 해풍과 조수간만의 차, 짙은 안개 등 최악의 자연 여건을 이겨내야 했다. 인천대교는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패스트 트랙 공사방식을 도입해 52개월 만에 완공했다. 2000년 11월 개통된 서해대교(길이 7.31km)가 완공까지 7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삼성건설과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한진중공업 등 국내 7개 건설회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인천대교의 규모와 사업구조, 기술력은 이미 세계가 인정했다. 영국의 건설전문지인 컨스트럭션 뉴스는 2005년 12월 ‘경이로운 세계 10대 건설 프로젝트’의 하나로 인천대교를 선정했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인천대교는 경제자유구역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 시설로 더 많은 해외 자본과 물류를 유치하게 될 것”이라며 “인천대교를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대교㈜는 1999년 영국계 다국적 개발회사인 AMEC(23%)가 인천시(6%), 국내외 재무 투자자(71%)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로 19일부터 30년간 운영을 맡는다. 통행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6000원 안팎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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