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당시 김경일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장(59)은 같은 회사 이창하 전무로부터 BMW(730Li) 승용차를 건네받았다. 김 전 사장은 곧바로 이 차를 아들 명의로 이전했다. 이듬해 2월 김 전 사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전 전무에게서 10만 원짜리 수표 30장, 총 300만 원을 받았고 같은 해 9월경에는 현금 500만 원을 받았다.
MBC TV ‘러브하우스’ 코너 등에 출연해 인기를 모았던 건축 디자이너 이 전 전무는 당시 별도로 P건축사사무소와 D건축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하도급업체의 입찰참여 여부, 협력업체 등록업무 등을 총괄하며 최종 결재권을 가지고 있던 김 전 사장은 단순한 ‘직장 상사’가 아니라 공사 발주업체의 사장이기도 했다.
13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 전 전무는 2007년 초 43억여 원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 사옥 설계 및 신축공사를 수주한 적이 있었다. 이때 3600만 원 상당의 BMW 승용차와 현금 800만 원을 건넨 것도 앞으로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발주하는 공사와 각종 모델하우스 및 인테리어 공사 등을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에 맡겨달라는 취지였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5월경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하도급업체 D건설 대표 박모 씨에게서 1억 원을 받았다. 당시 박 씨는 대우조선해양건설과 관련한 총 200억 원 규모의 공사 5건을 진행 중이었다.
이 밖에 김 전 사장은 지난해 8월 경남 거제까지 내려가 또 다른 하도급업체 사장에게서 300만 원을 받았고 자기 사무실에서도 2000만 원을 건네받았다. 김 전 사장은 올 3월 30일까지 이 회사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올해 초부터 대우조선해양의 내부 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12일 김 전 사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홍모, 장모 전무와 이 전 전무는 이미 구속된 상태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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