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바위그림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를 정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찾고 있으나 암각화 보존 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동국대 조사단에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식수와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연간 7개월 이상 물에 잠겨 훼손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13일 오후 반구대 암각화를 찾았다. 이번 방문은 김 의장이 국정감사 기간 현장을 둘러보며 애로사항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우리 땅 희망 탐방’의 일환이다. 그는 “세계적인 선사시대 문화유산이 물속에 잠겨 훼손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에는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가 암각화를 방문했다. 같은 달 2일에는 주무 장관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찾았다. 이들은 “울산시민들이 물 부족을 겪지 않으면서 암각화를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이 본격 거론된 것은 울산시 의뢰를 받은 서울대 석조문화재보존과학연구회가 2003년 7월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 연구회는 암각화 보존 방안으로 △사연댐 수위 조절 △야산 절개를 통한 수로 변경 △암각화 앞 차수벽 설치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울산시는 차수벽 설치를 희망했으나 “자연 경관 훼손”이라는 지적 때문에 무산됐다. 문화재청은 수위 조절안(현재 60m를 52m로)을 선호했으나 용수 부족분 확보 대책이 없어 역시 시행하지 못했다.
결국 시는 암각화 위와 아래 각 210∼230m 지점에 높이 22m, 길이 170m의 둑을 쌓아 암각화로 흘러드는 물길을 막은 뒤 원형 수로터널(길이 200m, 지름 10m) 2개를 뚫어 물을 우회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환경을 훼손한다며 기존 수위 조절안을 고집했다.
국무총리실은 중재안으로 사연댐 수위를 낮추고 소규모 댐 2개를 건설해 용수를 확보할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시는 “2020년까지 울산에 추가로 필요한 용수는 하루 15만 m³로 소규모 댐 2개를 건설해도 3만∼4만 m³밖에 확보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시는 대신 경북 운문댐과 안동댐 등에서 용수를 공급하고, 장기적으로 대규모 댐을 건설한다면 문화재청의 수위 조절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최종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이 최종안은 현재 정부 관련 부처 및 해당 지자체 등과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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