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재에 발목잡힌 문화산업단지

  • 입력 2009년 10월 14일 06시 20분


춘천 서면 부지서 청동기 유물 등 대량 발굴
기업 용지 예정된 3만m2 녹지로 바꾸기로

강원 춘천시 서면 현암리와 금산리에 추진 중인 도시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이 일대에서 문화재가 발굴돼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춘천시는 단지 내 기업 용지 조성에 앞서 지난달 현암리 지역에서 문화재 발굴 조사를 하던 중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를 아우르는 유구(遺構·옛 토목 건축 구조와 양식들을 알 수 있는 자취) 400여 기가 밀집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더욱이 현재까지 발굴작업이 대상 면적의 25%에 불과해 조사가 진행될수록 유구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발굴조사를 맡은 예맥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한반도의 청동기시대를 기원전 3세기 이전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단서가 될 만한 점토대토기를 비롯해 동검편, 화살촉 등이 발견됐다”며 “특히 청동기 전기∼후기에 이르는 유구 등은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춘천시는 문화재발굴지도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해 유구층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현암리 기업 용지 3만2000m²(9679평)를 개발하지 않고 녹지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이 지역의 확대 정밀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4∼8년이 걸리는 데다 50억 원의 발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산업단지 조성의 경제성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금산리 일대 5만4000m²(1만6334평)의 기업 용지는 예정대로 추진된다.

도시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은 18만7000m²(5만6567평)에 현재 운영 중인 애니메이션박물관, 문화산업지원센터, 스톱모션스튜디오 외에 문화콘텐츠, 애니메이션, 정보통신 관련 기업 용지와 주거 용지, 공원, 도로 등의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현암리 지역은 형질변경을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녹지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나머지 용지에 대한 사업은 예정대로 내년 말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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