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분자생물학자 존 메디나 박사는 저서 ‘브레인 룰스(Brain Rules)’에서 “몸을 움직일수록 뇌 움직임도 활발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것이 뇌 영양제”라며 “이 단백질은 몸을 움직일 때 많이 나온다. 몸을 움직여야 머리가 좋아진다”고 썼다. 메디나 박사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보다 밖에서 뛰어놀 때 훨씬 창의적인 것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4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에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2000∼2008년 학생 신체능력검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국내 학생들은 입시 공부로 체육활동이 줄면서 체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들의 신체능력검사(옛 체력장) 1, 2등급 비율은 33%로 2000년 41%보다 8%포인트 줄었다. 최하 등급인 4, 5등급은 같은 기간 31%에서 42%로 11%포인트 늘었다. 신체능력검사 6개 종목 모두 기록이 나빠졌다.
특히 고3이 될수록 체력이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2008년 결과를 보면 1학년 때 38%였던 남학생 1, 2등급 비율은 3학년 때 28%로 줄었다. 4, 5등급 비율은 1학년 때 39%에서 3학년 때 49%로 늘었다. 여학생도 1, 2등급은 40%에서 26%로 줄고 4, 5등급은 39%에서 49%로 늘었다.
교과부는 학생 체력이 매년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입시로 인한 체육활동 감소와 과도한 서구형 식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입시 환경과 식생활이 비슷한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11일 발표한 ‘체력 운동능력 조사’에 따르면 일본 초중고교생은 1999∼2008년 계속 체력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과학연구원 고병구 박사는 “일본은 1990년 말 청소년의 체력 저하 문제가 불거지면서 학교에 스포츠 전문가를 배치하고 운동시설을 확충해 관리에 나섰다”며 “우리도 학교 운동시설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