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광주 동구 금남로 3가 대동갤러리에서 결혼식을 올린 서양화가 박동신 씨와 베트남 신부 판티댑 씨. 사진 제공 박동신 씨
광주에서 활동하는 서양화가 박동신 씨(49)는 ‘광주의 로트레크’로 불린다. 어릴 적 사고로 키가 자라지 않는 장애를 딛고 예술 혼을 불태웠던 프랑스 천재화가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와 닮았기 때문이다. 키가 142cm인 박 씨는 로트레크보다 8cm나 작다. 태어날 때 이름 모를 병에 걸려 키가 자라지 않은 ‘장애 화가’지만 개성 있는 수채화로 화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씨에게 17일은 평생 잊지 못할 기념일이 됐다. 개인전을 갖는 광주 금남로3가 대동갤러리에서 어여쁜 베트남 출신 신부와 백년가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턱시도를 차려입고 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 판 티댑 씨(24)를 정중하게 맞았다. 주례는 박 씨 스승이나 다름없는 지역 원로화가 강연균 화백이 맡았다. 강 화백은 두 사람에게 “알콩달콩 아들딸 많이 낳고 잘 살 것”을 당부했다. 결혼식에는 하객 300여 명이 참석해 늦장가 가는 중년 화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 씨는 장애를 잊기 위해 그림만 그렸다. 꽃과 월출산에 빠져 나이를 잊고 살다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였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결혼이었다. 그는 신부를 4월에 만났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베트남에서 선을 봤는데 첫눈에 마음을 뺏겨 3일 만에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박 씨는 “첫 개인전을 가질 때 전시장에서 꼭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꿈을 17년 만에 이뤘다”며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 더 아름다운 작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객들은 결혼식이 끝난 뒤 박 씨와 함께 전시회를 둘러보며 “장가를 가더니 작품이 더 좋아진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21일까지 계속되는 개인전에는 맨드라미꽃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한 박 씨의 신작 40여 점이 소개된다.
전남 영암 출신인 박 씨는 영암 낭주중과 전남고를 거쳐 조선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1998년 제4회 광주미술상을 수상했으며 남맥회, 광주전남수채화협회, L.M.N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062-222-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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