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2005∼2009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학교별, 지역별 성적 등을 분석해 보도하자 각 시도교육청은 학력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났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능 성적이 상위권인 시도는 그동안 학력신장 대책이 유효했다는 반응인 반면 하위권인 시도에선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부분 수능 성적 공개가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에선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 “노력 결과” vs “지역특수성 감안해야”
2009학년도 수능 3개 영역 평균점수 합산 순위에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광주시교육청은 “2006학년도 이후 줄곧 1위를 유지한 것은 ‘빛고을 학력신장 프로젝트’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안순일 교육감은 “다른 시도는 물론이고 최근엔 교육 선진 국가인 영국 교원단체까지 광주의 교육을 분석하기 위해 전문가를 파견했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 지역 고교들은 세분된 글로벌 베스트 교실(TEPS반, 한국사능력검정반, 지리올림피아드반, 수학경시대회반, 과학경시대회반)과 수업 명인 일류교사 프로그램, 일류 학부모 만들기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3위를 차지한 대구시교육청 이걸우 교육감 권한대행은 “고교 학력 수준 분석 자료를 근거로 우수학교와 우수교과에 대해선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수성구 쏠림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고교배정 방식을 바꾸고 자율적이고 특색 있는 고교 운영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평가 결과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는 좀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10위를 한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은 성적이 우수한 중학교 졸업생들이 다른 시도의 특수목적고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수능 성적 저하로 이어졌다”며 “그 대신 수시모집에 집중해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 진학률은 전국 4위, 합격자 증가율은 2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14위를 한 강원도교육청은 전문계 고교가 상대적으로 많아 전체 평균 점수는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원용 강원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실제 대학에 진학하는 1∼5등급 학생들의 성적이 의미 있다”며 “이 학생들의 성적만 산출하면 다른 시도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명문고 집중 육성 등 대책 부심
4위인 울산시교육청은 교사 22명을 공교육 논술지원단으로 구성해 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해온 ‘논술 과외’를 더욱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성적에 따라 학급을 나누는 맞춤식 수업과 학력증진 선도학교 및 우수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과 포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지난해 말 대학정보센터를 개설해 학력평가 결과를 관리하고, 학력증진기획단(우수교원 31명)과 울산대입상담교사단(20명) 등 진학지도 전문가들을 구성해 대입상담을 하고 있다.
5위인 부산시교육청은 고교 교사 중심인 학습 동아리 운영과 강의보다는 질문 및 토론 방식의 그룹 수업 등이 비교적 좋은 성적의 원인이라고 보고 이를 강화하기로 했다.
15위인 전남도교육청은 전남 곡성군과 담양군이 우수지역으로 평가받은 것은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과 학생선발권 등을 가진 자율고로 전환되면서 우수 학생이 몰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곡성군은 군이 예산을 지원하는 군립학원을 세워 곡성고와 옥과고를 지방 명문으로 키웠다. 두 학교 학생들은 사교육 없이 광주지역 학원 강사로 구성된 교사들로부터 매일 3시간 수능 강의를 듣고 있다.
16위인 충남도교육청은 학력신장지원과를 신설한 데 이어 농어촌 고교 근무교사에게 인사상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 학력신장 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주효
상위권 지역은 대부분 학력이 고른 분포를 보이고 사교육 혜택을 받기 쉬운 대도시였다. 2위를 차지한 대전시교육청은 교육청 차원에서 학력신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김신호 교육감은 “학부모들이 원하는 학력신장을 이뤄내지 못하면 교육공무원의 존재 이유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잃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9위를 차지한 경북도교육청 이영우 교육감은 “경북과 같은 도농복합지역은 골고루 학력을 향상시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학력수준 분석 자료를 토대로 도시와 농어촌의 우수학교를 학력선도학교로 지정해 모델이 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분석에서 13위를 차지한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실력 향상은 학교의 본질적 기능이지만 학부모와 지역사회 등 교육공동체의 동참과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