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데 공직자들이 저 모양이니….”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의 한 상인은 20일 이렇게 말하며 혀를 찼다. 최영만 포항시의회 의장(61)이 건설업자에게서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최근 검찰에 구속된 것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최 의장은 지난해 의장에 취임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높은 윤리의식으로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의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정작 뒤로는 검은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시의회는 19일 “시민의 대변자로서 높은 도덕성을 보여야 하는 의회 의장이 구속된 일로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냈다.
올해 2월에는 포항시 직원들이 ‘청렴 선서’를 하면서 비리 근절을 다짐했다. 당시 포항시 고위 간부들이 건설업 인허가 등과 관련해 거액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4명이 구속되고 10여 명이 검찰의 수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일부 고위 간부는 단체장의 최측근이어서 박승호 포항시장은 시민들께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엔 또 누가 걸릴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할 정도로 포항 공직사회는 위태롭다.
경북 제1의 도시인 포항은 최근 영일만항이 국제항구로 개항하면서 동해의 거점항구도시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포항 주민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최 의장은 청와대 초청이 있은 뒤 한 달여 만에 구속됐다. 생업에 바쁜 시민들은 도시발전을 위한 거창한 비전이나 경제살리기 구호 등에 큰 기대를 갖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비리와 부패에는 크게 실망한다. 대통령을 배출한 포항의 공무원들은 스스로 더욱 엄격해져 등을 돌린 시민의 마음을 얻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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