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된서리 맞는 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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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16시 56분


정부는 해직 간부를 조합에서 배제하라는 시정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전국공무원노조, 즉 전공노에 대해 합법노조의 지위를 박탈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공노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비롯해 그동안 합법노조로서 누려온 모든 혜택을 박탈당하게 됐습니다. 공무원노조법에 근거해 행한 조치이니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번 조치로 전공노가 받을 실질적인 타격은 별로 크지 않을 듯합니다. 조만간 다른 2개 공무원노조와 결합해 통합공무원노조를 결성하기로 이미 결의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공무원노조의 불법 탈법행위에 미온적이었던 정부가 강경대응 모드로 전환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통합공무원노조가 결성되더라도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일종의 경고이기 때문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정부는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를 더욱 분명하게 하기 위해 선진국들처럼 금지 유형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법규를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처럼 공직과 무관한 단체에 가입하거나 서로 연합하는 것을 막고, 직접적으로 선거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중앙선관위 직원은 경찰이나 군인 등과 마찬가지로 노조 가입 자체를 금지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노조에 지나치게 온정적인 지방자치단체장과 각급 기관장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일탈에 마치 전면전을 선포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애당초 노무현 정부에서 공무원노조를 합법화하는 입법을 할 때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우여곡절은 겪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공무원을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복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노동자의 일원으로 인식한 결과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공직자는 자신의 이익보다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고, 특정 계층의 국민이 아닌 모든 국민을 섬겨야하는 사람들입니다. 공무원에게 신분보장의 혜택을 주는 대신 단체행동 금지와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어떤 형태의 공무원노조이건 이런 원칙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정부도, 공무원들도 명심해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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