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민 돈 330억 꿀꺽… 한국 도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200여명 상대 투자사기 혐의 30대 한인 구속
밴쿠버 거주 한인들 주로 피해… 파장 확산

캐나다 교민들을 상대로 330억 원대의 투자 사기극을 벌인 뒤 한국으로 도피한 캐나다 교포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높은 수익을 미끼로 투자금 330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김모 씨(39)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C선물투자회사 대표인 김 씨는 올해 2월 9일 자영업자 신모 씨(58)에게 “미국 채권 등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29억7000만여 원을 받는 등 캐나다 교민 200여 명으로부터 총 330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2002년부터 투자사를 운영해온 김 씨는 투자자들에게 연 30∼40%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때가 되면 약속한 수익금을 실제로 지급했다. 하지만 이는 김 씨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투자수익을 올린 것이 아니라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끌어 모은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인 것처럼 ‘돌려 막기’를 한 것이다.

김 씨는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날 한국으로 도피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도피 전 밴쿠버의 집을 처분한 뒤 가족들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보내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며 “주캐나다 한국영사관에서 조사하지 못한 캐나다 시민권자의 투자금액까지 합치면 피해금액이 7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가 빼돌린 330억여 원 중 116억 원은 한국의 계좌로 받았지만 김 씨의 아내와 지인들에게 송금해 현재 통장에 남은 돈은 800만 원뿐이다. 또 캐나다 은행계좌로 받은 돈도 미국으로 빼돌려 고교 동창 명의의 차명계좌에 숨긴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투자금액과 투자처 등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말할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밴쿠버 교민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김 씨에게 3억 원을 투자했다는 피해자 김모 씨(48)는 “전 재산을 다 날리고 자살하려는 사람도 있었고, 빚을 내서 투자한 사람도 있어 밴쿠버 한인 사회가 쑥대밭이 됐다”고 전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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