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입시가 끝나면 대부분의 고교 정문에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대학’과 의대에 몇 명이 합격했다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린다. 명문대 진학자 수가 많은 서울 강남지역과 수도권 일부 학교는 이를 통해 명문고라는 이름과 함께 교육성과가 훌륭하다는 평판을 얻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베일에 가려진 상황에서 명문고를 판단하는 잣대는 명문대 진학률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최근 5년간 수능 점수를 분석한 결과 명문대에 진학하는 최상위권 학생이 많은 학교라고 반드시 학교 전체 평균점수도 높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서울 강남의 명문고라고 자부하는 학교들은 최상위권과 하위권 간의 격차가 점점 커지며 중위권이 비는 ‘M자 구조’가 심화되고 있었다. 그동안 명문대 진학 현수막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던 자칭 명문고의 그늘이 입증된 것이다. “교육열 높은 강남이지만 점수를 ‘깔아주는’ 아이들이 있다”는 강남지역 일부 학부모의 말이 사실이었던 셈이다.
최근 5년 사이에 학교의 평균점수가 크게 오른 학교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학교도 대부분 자립형사립고로 전환하거나 자율학교로 지정된 뒤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입학효과’를 본 것이어서 교육효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경기 양평군의 양서고가 자율학교 전환 이후 평균점수 1100위권에서 80위권으로 급상승한 이유나 외고가 압도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원인이 별반 다르지 않다. 자사고, 외고, 자율학교의 공통점은 모두 학생선발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과정도 일반고와 달리 짤 수 있다. 차별화된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우수학생이 몰릴 수밖에 없다.
지방 농촌 자율학교에까지 서울 학생들이 몰려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고 폐지론에 선뜻 동의할 수 없는 것도 차별화된 교육을 향한 열망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외고 폐지가 답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동아일보 수능 성적 공개에 대해 ‘평준화를 해체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이번 분석에서 평준화의 음과 양 모두를 지적했다. 경기 안양시 성남시의 ‘실패한 평준화’와 전남 순천시의 ‘성공한 평준화’는 다르다. 경기도 평준화지역의 경우 우수한 학생들이 수도권 특목고나 다른 시도의 자사고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전남 순천시 같은 곳은 평준화 이전 일부 학교에만 몰려있던 상위권 학생이 지역 내 각 학교로 고르게 퍼지면서 전체적으로 성적이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 동아일보는 이를 통해 지역특색에 따른 평준화 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수능과 대학입시를 모든 교육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하면서도 지금까지 16년간 수능 점수는 베일 속에 감춰져 있었다. 일단 베일은 열렸다. 드러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정부와 교육계가 머리를 맞댈 때다.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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