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채석절벽 병풍삼은 수정호수… 절로 경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6일 03시 00분


폐석산 원형살린 문화공간 ‘포천아트밸리’ 오픈
공연장-모노레일 설치…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경기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 일대에서 나는 화강암은 옛날부터 품질 좋기로 유명했다. 단단하고 빛깔도 좋아 건축뿐 아니라 예술작품 재료로도 많이 쓰였다. 이 돌을 채취하려고 들어선 채석장은 한때 40여 개에 달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상당수 채석장이 문을 닫았다. 바로 이 버려진 채석장이 24일 친환경 문화예술 공간인 ‘포천아트밸리’로 새롭게 태어났다.

○ ‘흉물’ 폐채석장의 변신

포천시가 아트밸리 조성을 계획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문을 닫은 채석장의 환경복원을 고민하던 끝에 폐석산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문화관광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신북면 기지리 천주산 자락 14만743m²(약 4만2600평)의 땅을 매입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기본 계획을 마련했다. 공사는 2004년 시작했다. 화강암을 이용한 조각공원과 돌문화전시장, 공연장을 만들고 아트밸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와 쉼터도 조성했다. 관람객들을 위해 아트밸리 입구와 천주산 정상을 오가는 420m 길이의 모노레일을 설치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거대한 폐석산과 호수다. 높이 40∼50m의 깎아지른 듯한 화강암 절벽에는 과거 돌을 캤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병풍처럼 둘러싼 절벽 사이로 지하수와 빗물이 흘러들면서 만들어진 7000여 m²(약 2100평) 크기의 자연호수는 산 이름을 따 ‘천주호’라고 부른다. 깊이 20m 호수에는 1급수에서만 사는 도롱뇽과 가재, 송사리 등이 살고 있다.

5년간 공사에 들어간 비용은 155억 원으로 경기도가 100억 원을 지원했다. 포천시 관계자는 “각종 규제에 묶여 낙후됐던 경기 북부지역의 국제적인 문화예술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300여 명의 고용 효과와 연간 100억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트밸리 개장에 맞춰 기념 전시회와 영화제, 전국색소폰앙상블 경연대회가 펼쳐진다.

○ 창작 공간으로 진화

2011년까지 포천아트밸리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창작벨트 조성사업이 추진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년 전 이곳을 예술창작벨트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53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연면적 1200m²(약 360평) 규모의 교육전시센터와 문화예술카페를 조성한다. 사업이 완료되면 단순한 전시 및 관람시설에서 새로운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복합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버려진 채석장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포천아트밸리의 사연은 5월 교육과학기술부 심의를 통과해 내년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 실릴 예정이다. 개장식에 참석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근대 산업과정을 거치며 돌덩이만 남기고 버려진 채석장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면서 “포천아트밸리가 세계적인 명소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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