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니견 역장 ‘순직’ …“사람 욕심 탓” 비난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0월 26일 16시 18분


도시철도 명예역장을 맡았던 초미니 애완견 ‘담비’.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도시철도 명예역장을 맡았던 초미니 애완견 ‘담비’.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구 지역 도시철도 명예역장으로 임명돼 화제를 모았던 초미니 애완견이 취임식 직전 불의의 사고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초미니 애완견인 '담비'는 주인인 대구지역 동물병원 이모 원장과 함께 지난 22일 오후 2시반경 대구도시철도 1호선 환승역인 반월당역 명예역장 취임식장에 도착했다.

이 원장은 담비를 행사장까지 태우고 갈 미니 휠체어를 꺼냈고 뒷문을 여는 순간 담비가 갑자기 보도블록 쪽으로 뛰어내렸다. 그러더니 땅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쓰러지고 말았다. 담비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명예역장 취임식 행사는 취소됐다. 이 원장은 담비가 죽은 뒤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비는 25일 대구 모처에 묻혔다.

생후 2년 된 담비는 키(목~발끝) 10.5cm, 몸무게 750g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개에 속한다. 현재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개 단카의 몸무게는 810g으로 알려졌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2007년 일본 와카야마(和歌山) 현 무인 기차역인 기시(貴志) 역이 고양이 역장인 '다마' 덕택으로 폐쇄 위기에서 벗어나 관광명소가 된 사례를 벤치마킹해 담비를 명예 역장으로 임명하려 했다.

담비는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반월당 역사 매표소 옆에 마련된 '집무실'(3m²)에 '상근'하면서 유니폼을 입고 이용객들에게 재롱을 떨거나, 역사 직원과 함께 순찰을 하며 올바른 철도 이용법이 담긴 책자 등을 나눠 줄 예정이었다.

26일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게시판에는 "사람들 욕심에 무리하게 일을 진행한 탓이 크다", "가만히 두면 잘 살 수 있던 강아지를 죽게 만들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일각에선 동물학대를 거론하기도 했다. 애초부터 명예역장 직을 초미니 견이 맡기엔 무리였다는 것. 한 누리꾼은 "출퇴근 과정에서 사고사를 당하지 않으면 스트레스 과로사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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