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 고통 국가가 도와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피해자인권대회 열려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회 한국범죄피해자인권대회’에서 황희철 법무부 차관이 “국가가 범죄 피해자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 법무부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회 한국범죄피해자인권대회’에서 황희철 법무부 차관이 “국가가 범죄 피해자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 법무부
“저는 지금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고 있습니다. 저 같은 범죄 피해자가 상처를 극복하는 데 국가와 사회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단상에 오른 A 씨(34·여)가 자신의 범죄 피해사례를 담담히 읽어 내려가자 10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따뜻한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2005년 9월 조카를 돌보러 오빠 집에 간 그는 “전세 문의를 하겠다”는 남성에게 무심코 문을 열어줬다. 이 남성은 성폭행을 시도했고, 저항하는 그를 흉기로 15차례나 찔렀다. 그는 네 번의 대수술을 받고도 여전히 후유증을 겪고 있다. 그는 “각종 강력범죄 사건을 뉴스에서 볼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를 친다”며 “어두운 방 안에 틀어박혀 몇 번이나 자살하려던 마음을 고쳐먹곤 했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는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제2회 한국범죄피해자인권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황희철 법무부 차관과 김평우 대한변호사협회장,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을 비롯해 전국의 범죄 피해자들과 피해자지원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대회는 동아일보사가 후원했다.

황 차관은 “국가는 범죄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도와줘야 할 책무가 있다”며 “범죄피해자 구조제도를 더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상처는 모래에 쓰고 은혜는 대리석에 새겨라’라는 격언을 인용해 “범죄 피해자들의 상처가 하루 빨리 씻겨나가기를 기원한다”는 편지를 보냈고, 김형오 국회의장도 범죄 피해자를 위로하는 영상편지를 보내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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