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때는 다른 사람 돈을 빼앗았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쓸 수 있게 돼 기쁘죠.” 대구 분도석유 김현철 대표(49·사진)는 29일 “한때 방황도 많이 했지만 ‘기름 인생’으로 새 삶을 꾸려나가는 내 모습이 당당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8일 대구가톨릭대에서 대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의 삶은 드라마 같다.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에 진학했다가 퇴학당했다. 학교 주변에서 오가는 학생들을 때리고 돈 빼앗기를 밥 먹듯 한 ‘버릇’은 스무 살 무렵까지 이어졌다. 절도와 폭력 등으로 교도소에 수차례 드나들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자신이 한때 갇혀 있던 대구교도소 교정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을 정도로 달라졌다.
“마지막 교도소 생활을 마칠 무렵 ‘내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해본 일이라고는 동성로에서 한 기름 배달뿐이어서 일단 이것부터 시작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21세부터 하루 200∼300개의 기름통을 배달했다. 곳곳에 배달을 하면서 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들을 보고 처음으로 ‘기름 기부’를 했다. ‘고맙다’는 칭찬을 들은 그는 더 열심히 기름을 날랐고 마침내 1996년 대구에 첫 분도석유라는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이후 가게가 대구에 3곳으로 늘었고, 2006년에는 경북 의성군 도리원읍에도 개점해 연간 총 15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무료급식소 기름 기부를 계기로 그의 ‘기름 봉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름을 팔 때마다 자동으로 일정액이 적립돼 사회복지단체로 이체되도록 하고 있다. 이 금액만 연간 3000만 원이 넘는다. 올해 3월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김 사장은 “나쁜 일도 버릇이 되면 자꾸 하고 싶은 것처럼 봉사나 기부도 버릇처럼 해야 자꾸 더 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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