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경찰청이 음주 소란자 행패에 따른 경찰력 낭비를 막고 알코올의존증 주취자 치료를 3개월 동안 시범 운영한 ‘상습 주취 소란자 치료·보호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알코올의존증으로 인한 행동장애 등 치료가 필요한 술꾼을 부산의료원에 옮겨 응급조치를 한 뒤 술이 깨면 본인이나 가족 동의를 받아 알코올의존증을 치료받게 하는 프로그램. ▶본보 6월 30일자 A17면 참조 부산서 술 취해 행패땐 응급실 보냅니다
부산경찰청은 “올 7월 15일부터 부산시의사회, 부산의료원 협조로 전포지구대, 연일지구대 등 9개 지구대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음주 소란 행위와 이로 인한 형사입건 사례가 크게 줄었다”고 29일 밝혔다. 프로그램 도입 이전(1∼6월) 부산지역 58개 지구대 상습 주취 소란행위는 월평균 92건이었지만 8월에는 82건, 지난달에는 50건으로 줄었다. 주취자 난동에 따른 형사입건도 월평균 709건에서 584건으로 감소했다.
지구대에서 행패를 부리던 알코올의존증 주취자들이 병원치료를 받고 있고, 이 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 일반 주취자의 지구대 행패도 줄었기 때문. 시범운영 기간 상습 주취자 163명 가운데 20명이 부산의료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주취자 응급치료를 맡을 전담 의료진과 주취자 보호 공간이 없어 일반 응급환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부산경찰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국회와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련 부처에 전달하고 공청회를 열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찰청도 이 제도를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중확 부산경찰청장은 “알코올의존증 주취자 등은 공권력 침해사범이라기보다 치료 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인권보호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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