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보내는 희망편지]패션디자이너 꿈꾸는 이수림 군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상처받은 아이들 미술을 통해 보듬어 주고 싶어요”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수림 군(왼쪽)이 26일 자신의 역할모델인 이상봉 디자이너를 만났다. ‘한글’을 응용한 디자인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이 디자이너는 “디자인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라며 “디자이너로서 성공하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수림 군(왼쪽)이 26일 자신의 역할모델인 이상봉 디자이너를 만났다. ‘한글’을 응용한 디자인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이 디자이너는 “디자인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라며 “디자이너로서 성공하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 강릉시 강원예술고 미술과 3학년 이수림(18)이라고 합니다. 정동진 근처의 안인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5년 전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설상가상으로 4년 전에는 같이 살던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충격으로 처음에는 눈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슬픔을 이기기 위해 제 꿈을 찾게 됐습니다. 어린 시절 그림을 좋아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미술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고3 수험생입니다.

제 꿈은 미술을 통해 저와 같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것입니다. 나중에 훌륭한 아티스트가 되면 마음에 상처를 받은 아이들을 미술로 치료해주는 활동을 꼭 하고 싶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하고 있는데 지금은 힘든 점도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여러 곳에서 장학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데, 조금은 힘든 상황입니다. 누구나 시련을 겪으면서 사는데 그것이 저에게는 좀 빨리 찾아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서, 제가 성공하는 모습을 꿈꾸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아직은 확실한 진로를 정하진 못했지만 패션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용기를 먼저 디자인하렴” ▼

■ 디자이너 이상봉씨 조언
미대 진학 기본소양 쌓고
자신있게 ‘패션’ 도전하길


“수림이는 미술을 공부하고 있어서 나중에라도 충분히 패션을 공부할 수 있어. 나도 대학 졸업하고 패션을 공부했거든.”

예고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고3 수험생 이수림 군(18)이 26일 한국에서 가장 바쁜 패션디자이너인 이상봉 씨를 만났다. 그는 올가을에만 파리와 뉴욕, 서울에서 컬렉션과 전시회를 잇달아 가졌다. 한글, 태극문양 등 한국적 소재를 디자인에 접목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국의 대표적 디자이너로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6년에는 파리컬렉션에 한글 프린트 작품을 선보여 파리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군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이상봉 본사의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이 디자이너는 패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패션의 매력은 발표에 있어. 다른 예술과 다르게 디자이너는 1년에 두 번씩은 무조건 발표를 해야 하지. 봄여름과 가을겨울 패션쇼가 그것이야. 거기서 다음 시즌에 나올 패션을 아주 압축적으로, 디자이너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거지.”

한참 동안 이 디자이너의 설명을 들은 이 군은 패션 디자이너에 관심이 부쩍 커진 듯 질문을 쏟아냈다. “패션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일단 기본적인 교육을 충실히 받는 게 중요해. 디자이너라면 기본적인 디자인 능력이 있어야 해. 그 다음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거지. 학생들이 놀고 싶은 마음과 공부해야 하는 마음 사이에서 이겨야 공부를 잘할 수 있듯 디자이너도 다른 욕구를 물리치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게 필요해.”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진로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이 군은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이라며 눈이 커졌다. 현실적인 질문도 이어졌다. “수입은 어떻게 되나요?” 이 디자이너는 ‘월수입이 얼마’라고 직접적으로 밝히는 대신 패션산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얼마 전 영국에서 세계 100대 기업을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었어. 거기에 우리나라 기업은 2개가 들어갔지. 그런데 거기에 프라다, 샤넬, 루이뷔통, 구치, 자라 등 세계적인 패션 기업이 무려 15개가 포함됐어. 패션 기업 중에는 20년도 채 안 된 회사들도 있었어. 패션 브랜드는 파급력이 커서 다른 일반 기업에 비해 성장이 훨씬 빠를 수 있지. 패션은 미래지향적인 사업이야. 디자인은 부가가치가 높아서 성공한 디자이너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어.”

며칠 뒤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봐야 하고, 이후에는 진학할 학교를 선택해야 하는 수림 군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금 수림이가 배우고 있는 미술은 패션과 가장 근접한 예술이야. 미술은 구성과 색채가 있어서 패션과 유사한 면이 많아. 그렇기 때문에 미술을 공부한 사람 중에서 디자이너가 되는 경우도 많아. 그래서 꿈이 더 영글고 목표가 확실하게 섰을 때 패션을 공부해도 늦지는 않아.”

돌아가는 이 군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한 이 디자이너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용기”라며 “반드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하면 어떤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이 군의 어깨를 두드렸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희망편지 주인공 후원 문의 1588-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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