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경찰도 판사도 속인 음주운전자 결국 철창행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후배 면허증 제시” 자백

7월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술을 마시고 승용차를 몰고 가던 조모 씨(41)는 멀리서 경찰의 음주단속 현장을 발견하고 급히 운전대를 꺾었다. 골목길로 들어가 단속을 피하려고 했지만 뒤쫓아 온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음주측정을 거부한 조 씨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여 주먹까지 휘두르다 연행됐다.

무면허 운전이 탄로날까 봐 마음을 졸이던 조 씨는 지니고 있던 후배 김모 씨의 운전면허증을 경찰관에게 내밀었다. 서명을 할 때도 김 씨의 이름을 사용했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및 음주측정 거부 혐의를 적용해 김 씨 이름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 씨는 법원이 진행한 영장실질심사에서 깊이 반성한다며 선처를 호소했고, 그를 김 씨로 믿은 판사도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일이 잘 마무리된 듯했지만 조 씨는 신분을 속인 것이 들통날까봐 계속 불안에 떨었다. 그는 변호사에게 자문한 뒤 검찰에 출두해 자신이 김 씨가 아니라고 실토했다. 검찰은 조 씨에게 공문서 부정행사 혐의 등을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음주 및 무면허 운전 전과가 있는데도 사법당국을 속인 점 등을 들어 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장호중)는 1일 조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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