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카 정비사 ‘여고생의 꿈’, 레이싱 모델보다 아름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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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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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립지원 ‘해피카스쿨’ 1기생들의 행복 시동

“언젠가는 우리도 이런 차를 만들 수 있겠죠.” 지난달 26일 개교한 SK해피카스쿨 1기 학생들이 한국폴리텍대 자동차과 학생들이
만든 자동차에 앉아 포즈를 취했다. 박형관 군, 김희진 양, 이정수(가명·왼쪽부터) 씨의 꿈은 자동차 엔지니어다. 사진 제공 SK해피카스쿨
“언젠가는 우리도 이런 차를 만들 수 있겠죠.” 지난달 26일 개교한 SK해피카스쿨 1기 학생들이 한국폴리텍대 자동차과 학생들이 만든 자동차에 앉아 포즈를 취했다. 박형관 군, 김희진 양, 이정수(가명·왼쪽부터) 씨의 꿈은 자동차 엔지니어다. 사진 제공 SK해피카스쿨
탈북 20대-편모 가정 10대도
잃었던 희망 찾아 ‘부릉부릉’


“여자인데 자동차 정비사가 되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다른 쪽을 알아보세요. 제가 자동차 정비기사 자격증을 따고 현장 실습을 나온 여자 분과 일을 해본 적이 있어요. 타이어 한 개 드는 것도 힘겨워하더군요. 자동차 정비는 많이 힘든 일이에요. 볼트 풀고 잠그는 것도 그렇고 자동차 밑에 들어가 하체 작업할 때는 ‘곡소리’ 납니다. 손에 기름칠하는 일 말고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게 좋을 듯해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식검색창에 나오는 대화다. 그만큼 여성에게 자동차 정비사 일은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중앙여고 2학년에 다니는 김희진 양(16)의 꿈은 F1레이싱카 엔지니어다. “왜 여자는 하면 안 되나요? 저는 하루빨리 손에 기름칠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걸요.” 그는 정식으로 자동차 정비기능사 자격증을 따 레이싱 자동차를 튜닝하고 정비하는 전문 엔지니어가 되고 싶단다. “오늘은 처음으로 엔진을 실제로 봤어요. 묵직한 공구를 손에 쥐고 엔진을 하나하나 뜯어보는데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거 있죠.”

자동차 엔지니어를 꿈꾸기 전에도 희진 양은 기계가 너무 좋았단다. 멀쩡한 가전제품을 죄다 뜯어놓아 고장 낸 적도 많다. “언니가 영어공부에 쓰던 카세트를 분해했다가 아예 망가뜨려서 꾸중도 많이 들었어요.” 중학교 때 처음 엔지니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혼자 자동차 정비기능사 시험을 준비했다. “책만 가지고 씨름을 하다 보니 엔진에 대해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직접 엔진을 보고 만지면서 배우니까 금세 알겠던데요.”

김 양은 학교 담임의 소개로 지난달 26일 개교한 SK해피카스쿨 1기 입학생으로 선발돼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우게 됐다. 김 양처럼 꿈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SK와 행복나눔재단, 한국폴리텍대가 기술교육을 해주기로 했다. 청소년들은 내년 7월까지 10개월 동안 쟁쟁한 교수들과 현장에서 뛰는 정비사들에게 생생한 정비기술을 배우게 된다.

김 양과 함께 해피카스쿨을 다니게 된 학생 중에는 2005년 탈북해 새터민 대안학교에 다니는 이정수(가명·20) 씨 등 사연을 가진 이들이 많다. 김 씨는 북한에 있을 때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지만 평양 같은 대도시가 아니면 정비사로 일하기가 쉽지 않아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워 자격증을 따고, 그 뒤에는 대학에 진학해 자동차 엔진기술을 본격적으로 배우겠다는 목표를 세워 공부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와 도로 이름을 줄줄 외우고 다녔다는 편모슬하의 박형관 군(17)은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꿋꿋하게 자동차 엔지니어의 꿈을 키워 왔다. “보험설계사 일을 하시며 저를 키워준 어머니께 언젠가는 제가 만든 자동차를 선물해 드리고 싶어요.”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한국폴리텍Ⅰ대 정수캠퍼스에서 진행되는 해피카스쿨 수업 일주일째. 주말을 빼고는 매일 가야 하는 데다 하루에 수업만 4시간을 해 학교 수업과 함께하려니 쉽지가 않다. 김 양은 “배울 때의 짜릿함이 지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돼 뻗기 일쑤”라며 “그래도 내일은 뭘 배울지, 자동차를 속속들이 알아가는 즐거움 덕분에 처음으로 주말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유도 목표도 다르지만 자동차를 보는 이들의 눈은 하나같이 반짝반짝 빛났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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