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하나된 ‘일곱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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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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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국 다문화가정 어린이 합창단 ‘레인보우’ 희망의 공연

中-日-베트남 가정 등 33명 올 7월 창단 ‘다문화 하모니’
가수 인순이 씨도 축하 노래

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의 ‘드림하모니 합창제’가 열렸다. 7개국 다문화가정 어린이 33명으로
이루어진 합창단과 ‘노래패 예쁜 아이들’, 가수 인순이 씨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했다. 사진 제공 SK텔레콤
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의 ‘드림하모니 합창제’가 열렸다. 7개국 다문화가정 어린이 33명으로 이루어진 합창단과 ‘노래패 예쁜 아이들’, 가수 인순이 씨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했다. 사진 제공 SK텔레콤
“그래요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혼혈가수 인순이 씨와 함께 부르는 노래 ‘거위의 꿈’이 클라이맥스에 이르자 객석은 숨을 멎은 듯 조용해졌다. 박수를 치던 손도, 흥겹게 노래를 따라 부르던 입도 멈췄다. 눈물이 눈에 그렁그렁 맺히기도 했다. “엄마가 중국인이라고 아이가 놀림 받은 일도 생각나고요. 우리 아이도 꿈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도 들어요.”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 지정미 양(11·서울 중목초교 5학년)의 어머니 박춘화 씨(40)도 감동에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1일 오후 5시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무지개’가 떴다. 중국 일본 베트남 파라과이 등 7개국의 일곱 빛깔이다. 얼굴이 약간 까만 친구도, 성(姓)이 특이한 친구도 한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다문화가정 어린이 33명이 모인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의 ‘드림하모니 합창제’ 공연을 보러 온 400여 명의 관객도 한마음이었다. 이날 합창단은 동요와 뮤지컬 등을 불러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공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마지막 연습 날. 쉬는 시간에 아이들의 수다가 그치지 않았다. 9월부터 매주 3일씩 서울 관악구 봉천동 명락사(寺)에서 진행된 연습은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됐다. “오늘도 김밥이네.” 하루 4시간씩 이어지는 연습에 주말 점심도 김밥으로 때워야 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먹으니 매주 먹는 김밥도 꿀맛이란다. 김밥을 앞에 두고 이야기보따리를 먼저 푼 건 어른스러운 지 양이다. 지 양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합창단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줬다. “나는 중국에 살다 여섯 살 때 한국에 왔거든. 한국말이 서툴다고 놀릴 땐 정말 속상했어. 다르다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잖아.”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 낙해성(11·서울 덕수초교 5학년) 낙새문(9·덕수초교 3학년) 자매의 아버지는 일본인이다. “난 학교 사회시간에 일제강점기 역사를 배울 때면 진짜 속상해. 아버지가 일본인이라고 괜히 독도가 어디 땅인지 묻더라.” 다문화 가정 아이들끼리 모인 만큼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게 많았다. 꼬박꼬박 연습을 이어가면서 마음만큼 노래도 호흡이 척척 맞게 됐다.

한국 어린이들로 구성된 ‘노래패 예쁜 아이들’과 함께 공연한 것도 좋은 친구를 만드는 기회가 됐다. 9월 27일에는 경기 이천에 있는 SK텔레콤 연수원에서 열린 캠프에도 함께했다. 함께 축구도 하고 노래 연습도 하며 아이들은 금세 단짝이 됐다. “우리 오늘 연습 끝나고 떡볶이 먹으러 갈까?” 지 양은 ‘노래패 예쁜 아이들’과 좋아하는 가수 ‘빅뱅’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됐다. 아이들은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연락하자며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느라 바빴다. 공연을 전문적으로 하는 ‘노래패 예쁜 아이들’과 함께 공연하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공연 막이 오르고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입만 방긋방긋하며 노래하던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 아이들은 공연 중간에 ‘노래패 예쁜 아이들’이 옆에 서자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1일 합창제는 SK텔레콤이 ‘소망스토리 프로젝트’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합창단의 소원을 들어줘 열리게 됐다. 7월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가 창단한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은 12월 창단 기념 공연을 갖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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