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 “뚱뚱한 몸 때문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100kg거구 10대 택시강도 1시간 안돼 덜미
양복으로 갈아입었지만 경찰 눈에 쉽게 띄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열흘 전 강원도의 집을 나와 상경한 원모 군(16). 처음엔 집을 나온 해방감에 들떴지만 점점 친구 집에 가기도 눈치가 보였다. 지갑도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다. 결국 강도짓을 해서라도 생활비를 구해야겠다고 결심한 원 군은 지난달 27일 과도를 주머니에 숨겨 택시에 탔다. 양천구에서 그를 태운 택시가 친구 집이 있는 은평구 대조동의 한 주택가에 멈춘 오전 2시 무렵, 그는 강도로 돌변해 칼로 택시운전사를 위협했다. 놀란 택시운전사는 하루 종일 번 돈 11만 원을 그대로 내줬다. 원 군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도망쳤다. 추적을 당할 것에 대비해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준비한 검은색 양복으로 갈아입기까지 했다.

하지만 ‘완전 범죄’에 성공했다고 자신하며 유유히 걸어가던 원 군은 범행을 저지른 지 채 한 시간도 되기 전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신고하러 온 택시운전사한테서 범인이 앳된 얼굴에 뚱뚱하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추격에 나선 경찰이 친구 집으로 향하던 원 군을 붙잡은 것. 옷은 갈아입을 수 있었지만 유난히도 큰 몸집은 숨길 수가 없었다.

경찰은 키 175cm에 체중 100kg의 거구가 흔한 체형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 군을 용의자로 붙잡은 뒤 택시운전사와 대질 끝에 범인임을 확인하고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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