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행복한 기부 물결’

행복주주 51명 1억 모금
무인 기부단말기 카드도

부산 해운대구가 지난해 7월부터 불우이웃을 위한 상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시작한 ‘해피해운대’ 사업이 해피바이러스로 확산되고 있다. 기부는 무인 기부 단말기, 평생학습광장 사랑의 모금함, 아파트 부녀회 바자회 등 다양하게 이뤄진다. 승진 결혼 등 기념일에 선물 대신 축하받는 사람의 이름으로 1만 원 이상을 기부하는 ‘해피매직카드’는 새로운 기부문화를 정착시켰다. 해피해운대 사업의 핵심 프로그램은 ‘행복주주’.

해운대구에 살면서 한 주에 5000원짜리 주식 50주 이상을 사면 행복주주에 등록된다. 주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의 도덕적 의무) 개인서약도 한다. 지난해 7월부터 이달 2일 현재까지 등록한 주주는 51명. 이들이 낸 기부금은 1억200만 원으로 이 사업에 모금된 1억1000만 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호텔이나 병원, 교회, 상가번영회, 음식점 등은 물론이고 버스운전사, 도로보수원, 가정주부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버스운전사 모임인 해운대친절봉사대(회장 김진복·54)는 매달 40만 원씩 내고 있다. 해운대구 도로보수원 모임인 청록회 박만현 회장(52)은 “모임에서 따로 돌보고 있는 이웃이 있지만 남을 돕는 일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렇게 마련된 기부금은 반송, 반여, 재송동 지역의 맞춤형 아동 및 청소년 지원사업에 쓰인다. 학교폭력으로 상처 입은 초중학생을 도와주는 멘터링 프로그램 운영에도 들어간다. 인터넷 중독, 학교 폭력,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예방교육과 치료사업도 병행한다. 재송동 해운대복지관에 무료상담기구인 아이해피센터(051-782-5053)를 설치해 ‘아이들이 행복한 동네’도 만들고 있다.

해운대구는 10일 오후 우동 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 ‘행복주주 총회’를 갖는다. 신규 주주에 대한 위촉식도 가질 예정. 벌써 11명이 1000만 원의 기부금을 약속한 상태다. 배덕광 해운대구청장은 “경제가 좋지 않은데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나눔 문화에 동참하려는 시민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