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쓰레기 소각장은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기 마련이지만 녹이는 방식의 새로운 처리시설(왼쪽 기둥)은 열 발생에 따른 수증기만 배출할 뿐 연기를 배출하지 않는다. 사진 제공 고양시
교통카드나 휴대전화가 생기면서 그 이전에 사용되던 토큰과 무선호출기(삐삐) 등은 사라진 유물로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범주에 포함될 단어로 ‘쓰레기 소각장’이 꼽히게 생겼다. 쓰레기를 불로 태워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녹이는’ 방법으로 처리하는 시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3일 오후 2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고양시 환경에너지시설’의 용융로 아래쪽에서는 제철소 용광로의 쇳물처럼 시뻘건 ‘쓰레기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코크스가 쓰레기를 녹여 마치 쇳물처럼 보였던 것. 1800도까지 열을 내는 코크스가 용융로에 들어앉아 열을 내면서 내부의 산소를 태워 진공상태를 만들었다. 이어 용융로 안으로 생활쓰레기들이 밀려들어왔다. 코크스 열기가 가득 찬 용융로 내부에 들어선 일반 쓰레기는 벌겋게 달아오르다가 순식간에 재로 변해 모니터에서 사라졌다. 도자기류나 철 등의 쓰레기도 점차 액체화하더니 코크스와 엉겨 쇳물처럼 변했다. 이처럼 생활쓰레기가 열에 녹아내릴 뿐 기존 소각장에서처럼 불에 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시설을 시공한 포스코건설 정복석 현장소장은 “용융 방식의 쓰레기 처리는 첨단 공법으로 유해가스를 줄이고 최종 배출 알갱이도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인 시설”이라고 말했다.
코크스에 녹아버린 ‘쓰레기물’은 용융로 밖으로 나와 찬물을 만나자 지름 3mm 안팎의 작은 알갱이로 부서져 돌이나 쇳가루처럼 보였다. 이 알갱이들의 배출량은 투입 쓰레기양의 1∼5% 정도다. 기존 쓰레기 소각장에서 처리된 쓰레기는 소각 잔재 매립장으로 보내져 땅에 묻히지만 이곳에서 최종 배출되는 알갱이는 보도블록 재료나 도로 포장재로 재활용된다.
하루에 쓰레기 150t을 녹일 수 있는 용융로 2기를 설치한 고양시는 올 9월부터 실제 쓰레기를 녹이며 성능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불로 태우지 않기 때문에 유독물질을 포함한 연기도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이 시설은 시험가동을 마치고 내년 1분기(1∼3월) 안에 전면 가동될 예정이다.
쓰레기를 녹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이용해 스팀을 만들어 발전기를 돌리는 시설도 갖췄다. 용융로 가동 중에 발생하는 cm³당 25kg의 압력을 이용해 5300kW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이 시설에서 필요한 전기를 충당하고도 남는 전기는 한국전력에 팔기로 했다. 전기뿐 아니라 시간당 남는 열 27Gcal도 지역난방공사에 팔기로 했다. 이 정도 열량이면 100m²(약 30평) 전후 크기 주택 10채가 겨울 한 달 난방에 충당할 수 있다.
강현석 고양시장은 “미리 준비한 덕분에 녹색성장이 강조되는 시대에 적합한 첨단 시설을 갖추게 됐다”며 “공해 배출은 거의 없이 전기와 열까지 생산하게 돼 주민 선호 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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