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보험해약자 1000명의 사연 살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이것마저…
“가계 목돈필요” 종신보험이 30%
노후준비 나설 50대 해약률 최다

이것만은…
‘어린이보험’ 6%로 거의 손안대
‘장기간병’ 해약률도 0.8% 그쳐


《최근 실직한 성모 씨(33)는 2년간 매달 15만 원씩 내던 종신보험을 해약했다. 환급금은 100만 원 정도. 그동안 낸 보험료 400만 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돈이지만 당장 생활비가 부족한 형편이라 손해를 무릅쓰고 보험을 해약할 수밖에 없었다. 의사인 강모 씨(42)는 올해 초 주가에 따라 연금실적이 연동하는 변액연금보험을 해약했다. 주가 하락으로 수익률이 15%가량 떨어진 데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해약 환급금을 안정적인 금리를 주는 은행 정기적금에 넣어뒀다.》
경제위기의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올해 보험 해약이 크게 늘었다. 소득이 줄거나 투자 손실이 생기자 보험을 해약해 이를 메우려는 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삼성생명이 경기침체가 한창이던 올 1∼5월 전국의 생명보험 상품 해약자 및 보험료 납입 중지로 보험 효력이 상실된 실효(失效)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보험 해약 및 납입중지 이유는 가계 소득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후 준비가 필요한 50대가 오히려 보험을 많이 해약하고 있으며 상품별로는 종신보험 해약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 소득 낮을수록 ‘생활비 마련’ 이유 많아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보험해약 이유는 ‘가계자금 마련’이었다. 하지만 속사정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랐다. 가계자금 때문에 보험을 해약하거나 이탈했다는 응답은 월 가계소득 600만 원 이상에선 32.2%, 400만 원 이상∼600만 원 미만에선 30.7%였으나 250만 원 이상∼400만 원 미만은 39.5%, 250만 원 미만은 40.1%로 높아졌다. 소득이 낮을수록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 보험을 해약하거나 납입을 중단한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반면 소득이 높은 계층은 경제위기를 계기로 자산구조를 바꾸기 위해 보험을 해약한 이들이 많았다. 월 가계소득 600만 원 이상인 응답자의 20%는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을 해약하거나 보험료 납입을 중단했다고 답해 250만 원 미만(15.3%)보다 많았다.

○ 종신보험 대거 해약해도 어린이보험은 유지

연령이 높을수록 보험 이탈이 많아져 정작 은퇴를 앞두고 막바지 노후 준비에 나서야 하는 50대의 노후가 불안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50대의 경우 1인당 1.52건의 보험을 해약하거나 납입을 중단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보험 이탈이 많았다. 이는 50대가 되면서 실직으로 소득이 크게 줄거나 자녀 교육을 위해 목돈을 써야 하는 일이 늘면서 보험 해약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험 이탈 건수는 20대가 1인당 1.31건, 30대 1.40건, 40대 1.44건으로 집계됐다.

상품별로는 종신보험이 해약되거나 납입이 중단된 전체 보험 상품 중 3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장기보험의 대표상품인 종신보험은 중도 해약할 경우 환급 비율이 매우 낮고 2, 3년 내 해약하면 원금의 절반도 돌려받기 어렵다. 그런데도 종신보험 해약이 늘어난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던 탓으로 보인다. 반면 어린이보험이나 간병보험은 중도 해약하거나 납입을 중단한 이가 거의 없었다. 장기 간병보험 해약은 1553건 중 13건, 어린이보험 해약은 93건에 불과했다.

삼성생명 CRM파트 백정민 파트장은 “자녀와 관련된 어린이보험은 사정이 어려워도 해약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보험 중도 해약은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험료 감액제도나 보험계약 대출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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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09-11-04 12:28:14

    직장인 베시트보험인가 이름은 거창해도 만기시까지 원금을 약850만원정도 불입했는데 600만원만주더라 그동안 직장다닐때 사고안난건만다행이라 생각하라고..들지마라 삼성 직장인 베시트보험 너무하더라 해약않하고 불입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실망이크더라 절대 들지마라

  • 2009-11-04 09:27:29

    200만원 가까이 돈이 들어 갔는데 해약하니 3만여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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