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외고 첫 입학사정관제 선발 들여다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듣기평가 성적 꾸준히 오른 29등 ‘합격’
독후감 대필 의혹 내신 우수생 ‘불합격’


‘내신 성적은 29등으로 저조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어 영어과 합격. 내신 성적은 우수하지만 가짜 독후감을 제출해 불합격….’

전국 고교 가운데 처음으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울산외국어고가 3일 합격자를 발표했다. 합격자는 일반전형 105명과 특별전형 45명(외국어우수자 30명, 사회적 배려대상자 15명), 그리고 정원 외로 특례입학대상자(2명)와 국가유공자 자녀(1명) 등 총 153명.

중학교 내신 성적만으로 전체 모집정원의 2배수를 1차로 선발한 뒤 분야별 입학사정관 5명이 지난달 26∼31일 심층 평가와 면접으로 선발했다.

입학사정관 평가와 면접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합격자, 불합격자가 많았다. 1단계 합격자 30명 가운데 내신 성적 29위를 한 A 군은 듣기평가 내신 성적이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향상돼 ‘발전가능성 우수’ 평가를 받아 15명을 뽑는 영어과에 최종 합격했다. 일본어과와 중국어과에 지원한 학생 2명도 비슷한 사례. 독서와 봉사활동 성적이 뛰어난 검정고시 출신자 3명도 합격했다.

그러나 내신 성적이 우수한 B 군은 책 2권을 읽은 독후감을 제출했으나 입학사정관 5명이 책에 대해 묻는 5가지 질문에 하나도 대답하지 못해 스스로 책을 읽지 않고 다른 사람이 독후감을 대필해준 의혹을 받아 불합격했다. 내신 성적이 최상급이었던 C 군도 동아리, 특기적성, 사회단체 등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활동하지 않았고 리더십 분야 성적이 매우 저조해 불합격했다.

울산외고는 이번 전형에서 다른 지역과는 달리 듣기평가와 지필평가를 별도로 하지 않고 중학교 3년간 실시한 영어 듣기평가와 내신 성적만으로 선발했다. 또 특별전형 지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어기본능력시험은 중학교 교육과정의 기본적인 내용만 측정했기 때문에 특별전형 합격자 45명 가운데 35명이 만점을 받았다.

울산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조범래 장학관은 “울산외고는 내신과 발전 가능성, 독서활동, 리더십 등으로 학생을 선발했기 때문에 공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입학할 수 있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며 “앞으로도 별도 영어 듣기평가와 지필고사를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외고는 내년 3월 울산 북구 중산동에서 개교할 예정이다. 학교 건물이 완공되지 않아 내년 1학기 수업은 울산과학기술대(UNIST·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서 받아야 한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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