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대학 평가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대학이 양적으로는 빠르게 팽창한 반면 질적인 성장은 그에 미치지 못해 평가를 통한 점검과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3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국내외 대학 평가 전문가를 초청한 가운데 ‘고등교육 질 관리 체제와 대학의 대응’이라는 국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내 대학 평가 현황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대학 평가 노하우가 함께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대학의 자체평가가 의무화되면서 대학들이 평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시점이다.
대교협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대교협뿐만 아니라 언론과 전문분야별 평가기구 등 다양한 평가기관이 생겨났다. 대교협의 경우 1982년 설립 이후 4년제 대학 평가를 해왔으며, 1994년부터는 대학종합평가 인정제로 전환해서 2006년 2주기 평가를 마친 상태다. 대학 평가가 늘어나면서 대학들은 효율적인 운영 방법을 고민하기도 하고 교육, 연구, 봉사 등 전반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한 투자도 늘려왔다. 하지만 아직 선진국의 대학 평가와 비교하면 국내의 경우 평가 내용은 물론이고 평가 대상인 대학의 질도 뒤처지는 곳이 많다는 평이 우세하다.
이날 소개된 선진국의 우수 사례를 보면 공통적인 특징은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 대학 간 비교에 의한 상대평가에서 개별 대학에 대한 절대평가로 바뀌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평가 인정 기구들이 고등교육질인증협의회(CHEA)와 교육부(USDE)의 승인을 받아 기관평가인증제를 수행하고 있다. 신고만 하면 대학을 만들 수 있어 부실 대학이 난립할 수 있는 상황에서 CHEA의 인증은 해당 대학이 최소한의 교육 여건과 수준을 충족했다는 보증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한국과 교육여건이 비슷한 일본은 과거에는 대학기준협회 등 여러 기관의 평가가 다발적으로 이뤄졌지만 2004년 법이 개정돼 모든 대학이 국가로부터 인증을 받은 평가기관의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게 됐다. 각 대학은 인증을 받은 5개 기구 중 하나를 골라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 기구인 대학평가학위수여기구(NIAD-UE)의 경우 교육성과, 재무, 학생 입학 등 11개 기준에 따라 대학을 종합 평가한다.
대교협 세미나 참석자들은 “국내 대학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하려면 선진국처럼 순위 매기기를 뛰어넘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평가 결과 역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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