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 씨(31·여)는 최근 열이 나면서 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이 씨는 자신이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렸다고 생각해 회사에 알린 후 조퇴했다. 이 씨는 거점병원을 찾아 신종 플루 확진검사까지 받았다. 또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주위에 “나 신종 플루 걸렸다”고 밝힌 뒤 외출을 삼갔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초기 감기에 불과했다.
신종 플루가 사실상 대유행기로 접어들면서 ‘상상인플루엔자(상상플루)’에 걸린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상상플루’란 최근 병원이나 회사, 학교 등에서 유행하는 용어로 ‘신종 플루에 걸리지 않았으면서도 조금만 아파도 스스로 신종 플루에 감염됐다고 착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 시내 주요 거점병원에는 상상플루 환자가 넘쳐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최근 일주일간 자신이 ‘신종 플루에 걸린 것 같다’며 병원을 찾아온 사람 350명 중 130명 정도만 신종 플루로 확진됐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측도 “자기가 ‘신종 플루에 걸렸다’고 밝히지만 검사를 하면 실제 신종 플루 감염자는 30% 내외”라고 밝혔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일상이 고단하다’고 생각하는 직장인과 학생들. 신종 플루에 걸린 줄 알고 재택근무를 하거나 학교를 빠졌다가 신종 플루가 아니라는 진단에 따라 직장이나 학교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회사원 김철승 씨(30)는 “같이 일하는 동료가 신종 플루에 걸리면서 조금만 아파도 쉬려는 회사원이 많다”고 밝혔다. 회사원 정지형 씨(29)는 “열이 조금 나자 스스로 신종 플루에 걸렸다고 착각했다”며 “감염이 아닌 것으로 결과가 나오자 금방 몸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40대 남성까지 신종 플루로 사망하면서 신종 플루에 감염되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커진 데다 신종 플루 감염으로 한 번 쉬고 싶다는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상플루 신드롬’이 일어난다고 진단했다. 건국대 하지현 신경정신과 교수는 “웰빙, 건강염려증 등 사회적으로 건강을 챙기고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도 상상플루 현상과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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