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남해에 각 2곳씩 시험장이 설치되기까지는 곡절이 많았다. 학생과 학부모 요구가 십수 년 전부터 있었으나 교육당국은 귀를 막았다. ‘기준’과 ‘규정’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댔다.
참다못한 남해지역 기관 단체와 학부모들이 올 6월 12일 ‘남해수능시험장 유치 범군민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주민 서명과 청원 운동, 교육감 면담 등 백방으로 뛰었다. 정현태 남해군수는 “시험장 설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6월 말 경남도교육청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7월 중순엔 권정호 교육감이 남해를 찾았다. 주민들은 “학생을 자식이라 생각하고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권 교육감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도교육청은 그동안 ‘수능을 치르는 교실에 같은 학교 학생이 40% 이상이면 안 된다’, ‘독립시험장을 만들려면 인원이 1000명은 돼야 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시험장 한 곳을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악 1200만 원)이 만만찮다고도 했다.
추진위 박춘식 집행위원장은 “남해 수능장 설치가 규정에 어긋나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으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수하면서 멀리 나가 수능을 치르도록 불이익을 주는 것 자체가 형평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교육감 결단으로 올 9월 30일 시험장 설치가 확정됐다. 추진위는 지난달 22일 수능장 설치에 기여한 추진위 및 교육청 관계자, 본보 등 언론에 감사패를 전달한 뒤 활동을 마감했다.
원정 수능 문제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공급자 중심’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른다. 아직도 전국 68개 시군구에 시험장이 없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거창한 구호 이전에 교육 관료들은 얼마나 수요자 형편을 헤아리고 있는지, 꿈나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어느 정도인지, 이번 일을 계기로 진지하게 짚어봤으면 좋겠다.
수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기온이 떨어지고 신종 인플루엔자까지 확산돼 국민 모두가 걱정이다. 처음 ‘홈그라운드’에서 시험지를 받아드는 남해와 삼천포지역 학생은 물론 대한민국 모든 수험생,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