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빨래터’ 진품 추정되지만 위작 의혹 제기엔 손배 책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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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법원판결… 위작논란 일단락


국내 최고 경매가 미술품인 박수근 화백의 유화 ‘빨래터’(사진)의 진위를 놓고 법원이 “박 화백에게서 직접 건네진 작품으로 진품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 화백의 ‘빨래터’ 진품 논란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4∼1956년 한국에서 상사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존 릭스 씨는 지인의 소개로 박 화백을 만나 그림 재료를 사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 화백은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그림 5점을 주었다. 릭스 씨는 이 중 한 작품이 빨래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5년경 릭스 씨의 아내가 중병을 얻으며 가세가 기울자 릭스 씨의 딸은 경매 카탈로그에서 박 화백의 그림이 비싸게 팔린다는 것을 알고 ‘빨래터’를 경매에 내놓게 됐다. 이 그림은 미국 경매업체인 소더비를 거쳐 2007년 5월 서울옥션에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 원에 팔렸다.

그러나 8개월 뒤 미술잡지인 아트레이드는 “이 그림이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옥션은 곧바로 아트레이드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3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2년 가까이 작품을 감정하고 관련 증거들을 조사한 끝에 4일 “아트레이드의 의혹 제기는 정당해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조원철)는 “이 작품이 박 화백의 1950년대 미공개작이라면서도 다른 작품에 비해 스타일이 생경하고 보관 상태가 완벽해 의심을 살 만한 데도, 서울옥션은 감정 결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아 위작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고 밝혔다.

작품의 진위에 대해서는 “과학감정 결과 진품이라는 점에 대한 적극적인 증거는 부족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릭스 씨가 박 화백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받으며 ‘그림을 잘 보고 있다’는 문구를 적었던 점 등에 비춰 볼 때 릭스 씨가 박 화백에게서 이 작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림이 진짜인지 100% 확신할 수 없지만 박 화백이 준 것은 맞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서울옥션 측은 “빨래터가 진품이란 사실을 확인한 판결로 받아들인다”며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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